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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현 회장 “온실있다가 정글에 나온 심정”

병원장 시절 경험 경영에 도움 되지만 아직은 부족
현장 경영 통해 배우고 있다
모든 결정 이사회 통해…오너경영 장점도 많아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온실에 있다가 갑자기 정글에 나온 심정이었다.”

두산의 수장으로 취임한지 8개월째, 박용현 두산 회장은 회장으로서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3일 중국 옌타이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현지 법인에서 회장 취임 후 가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병원장에 있다가 두산으로 들어왔을 때에는 계열사 사장이었고 지금은 지주회사 이사회 의장인데 제가 직접적 책임을 지지는 않는 모양새여서 업무의 양은 의사 때 보다 적지만 규모가 20조 넘는 매출에 3만5000명 넘는 직원, 전 세계 사업장을 생각하면 그 규모가 주는 스트레스는 원장 때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나와 서울대학원 외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3년부터 서울대학교병원 기획조정실장, 진료부원장을 거쳐 1998년부터 제11대, 12대 병원장에 오르는 등 10년여 동안 주요 보직을 맡은 후 2006년 2월 퇴임해 두산에 입사했다.


어려운 시기에 회사에 들어와 각종 형제들의 빈자리를 메워나가야 했으며, 올해 지주사로 전환한 그룹의 살림을 도맡아야 했던 만큼 부담감 적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밝힌 것이다.


그는 “의사시절에는 1993년부터 기획실장을 했기 때문에 부원장하고 원장 두 번하고 했으니 경력을 좀 쌓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지금은 경영의 원칙의 개념은 같지만 다른 분야, 인프라스트럭처비즈니스(ISB)를 하면서 취급하는 테크놀로지가 다르고 사업 영역이 다르니 익숙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으며, 지금도 배우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배우는 자세를 실천하기 위해 박 회장은 현장경영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현장을 다니는 걸 좋아하는 건 병원장 시절부터였다”고 운을 땐 박 회장은 “제조업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사고 등이 현장관리를 제대로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탑 리더일수록 사무실에 있지 말고 현장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문제가 있고 현장에 답이 있는데 사무실에만 있다 보면 현장감도 떨어지고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데에도 문제 생긴다. 중간 관리자 이상일수록 현장에 자주가야 한다. 미리 예방을 하고 점검하는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업이건 서비스업이건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성과에 따라 보상도 주지만 현장을 다니면서 직원들을 격려해 주고 칭찬하는 것은 리더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현장을 가면 모든 직원들의 손을 한 번씩이라도 잡아주곤 한다”고 전했다.


직원들과의 악수는 두산 오너 일가의 전통적인 관례중 하나다. 선대 회장 때부터 두산그룹 오너 일가는 매년초나 현장을 방문할 경우에는 항상 전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기억에 남는 현장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베트남 두산비나를 꼽았다. 박 회장은 “가보니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월급도 제가 알기로는 생산직의 경우 초임이 70달러로 우리돈으로 8만원이다. 제가 갔을 때가 여름인데 이 돈을 받고서 뙤약볕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봤다. 베트남에서는 중간 정도(급여)라고 하지만 반성을 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근무환경 개선하라고 했다”면서 “1년 뒤에 가 봤더니 뙤약볕도 안 받게 지붕도 씌우고 환경이 나아졌더라. 그게 현장경영이 아닌가 싶다. 탑 리더가 가서 관심을 보이면 근무 환경도 달라지고 직원 만족도 높아지고 선순환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두산 조직문화의 장단점에 대해 물어봤다. 박 회장은 “대기업이 잘못되면 만연되기 쉬운 대기업병 내지는 권위주의가 우리 기업에는 제가 보기에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상당히 자율성을 강조하고 잘 운영하고 있고 일선에 책임을 다 위임했고 다른 대기업에서 볼 수 있는 권위주의는 우리 그룹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두고 우리 그룹을 ‘방목할 정도로 자유롭다’고 하는데 그게 맞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반면 단점은 너무 어린 연차의 직원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두산에는 10년 넘게 두산 직원으로 근무한 구성인원 비중이 낮다. 물갈이가 되고 해서 두산 경영진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몇십% 밖에 안되는데 합병후 통합(PMI) 작업을 통해 통해서 두산 경영철학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는 거 같다”면서 “투명경영하겠다고 했으며, 경영혁신은 옛날부터 우리가 부르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말단 부서에서 사건들이 터지니, 탑부터 바닥까지 일관된 비전을 갖고 조직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좋은 점도 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우리 그룹에는 탑 경영진이 아니라고 했을 때 ‘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속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오는 20일은 할아버지인 고 매헌 박승직 두산그룹 창업주의 기일이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묻는 질문에 “유치원 때 돌아가셔서 기억이 잘 안난다. 희미한 것은, 생가가 있던 종로 4가에 내가 어릴 때 다니던 내과가 있었다. 할아버님은 신용을 굉장히 강조했다는 말씀만 들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이자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 고 박두병 회장에 대해서는 “기억나는 내용이 많지. 아버님은 인화를 강조하셨다. 선대 회장님은 매주 일요일이면 직계 가족이 다 모이게 하셨고, 애들이 큰 다음에야 회사 얘기를 많이 했다. 저는 의사였지만 귀동냥으로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 이런 얘기들을 들었다. 하지만 1993년까지는 나는 경영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전했다.


형제들간 관계도 매우 좋다고 한다. 그는 “박용성 회장님도 중공업 회장이시고. 집안 모임 있을 때 서로 상의를 한다. 경영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 중심으로 하니까. 거기(이사회)에 형님도 있고 동생도 있고 조카도 있으니까 거기서 결정되는 게 많고, 집안 모임 있을 때 가볍게 이야기 할 수도 있다”면서 “그룹 회장직은 없고 제가 그룹을 대표하니까 대외적으로는 그룹 회장직을 쓰는 거지만, 이사회에서 그룹 경영 결정을 내린다고 보면 된다. 투명해졌다고 보면 된다. 오너 한 명이 모든 걸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주주들도 그걸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박 회장은 오너경영이 장점도 많다고 전했다. “의사 결정은 우리가 빠르다. 빠를 때는 일주일 안에 결정을 내린다. 의사결정 과정이 오래 걸리지, 실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빠르다”고 전했다.


권위적인 것을 싫어하는 박 회장은 수행비서도 없이 혼자서 돌아다니다가 최근 들어 같이 다니고 있다고 한다. 양손으로 칼로 썰어먹는 양식과 프랑스 요리를 제일 싫어하고 라면, 짜장면, 중식, 한식 등을 좋아한다고 한다. 유럽 등 한식당이 없는 지역에 출장을 가면 호텔방에서 뜨거운 물을 끓여서 라면을 끓여먹는다고 한다.


병원장 시절에 비해 출근시간은 조금 늦어졌다고 한다. 그는 “병원은 원장이 있어야 회의도 하고 수술도 시작되니 일찍 나갔지만 지금은 일찍 출근하면 사장들이 불편해 할까봐 한 9시 30분쯤 출근한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골프와 남산 산책을 즐긴다고 한다. 골프는 지인인 중소기업 사장들과 서울대 출신 의사나 집안 식구들과 주로 친다. 의도적으로 살 빼려고 하면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운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먹는 걸 줄여야 하는데 입맛이 좋으니 잘 먹고 잘 자는게 비결이라고 한다.

옌타이(중국)=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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