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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월드 '시계제로' 디폴트 배제못해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와 채권단의 운명이 '시계제로'다. 채무상환 유예와 관련, 채권단의 합의 도출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다 제도적인 인프라의 부재로 사후 처리마저 불투명한 상황. 당장 열흘 뒤 만기가 돌아오는 나킬의 35억 달러 규모 채권에서 디폴트가 발생할 위험이 증폭되고 있다.


◆ 디폴트 가능성 배제 못해 = 두바이월드가 조정할 예정인 채무액 260억 달러 가운데 60억 달러어치는 두바이월드 자회사 나킬과 관련을 맺고 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5억 달러어치 수쿠크 채권은 오는 14일 만기 예정. 두바이월드는 지난 달 25일 채권자들에 대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두바이 법률에 따르면 채무유예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모든 채권자가 여기에 동의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나킬 채권액의 25%에 해당하는 채권자들만이 협의체를 구성해 자문사 선정에 나섰고, 그나마 이들도 유예 여부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만약 나킬의 수쿠크 채권이 만기되는 오는 14일까지 채권자 전원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두바이월드의 디폴트는 불가피한 일이다.


일부 채권자들이 두바이월드의 지불유예 요청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은 그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3일 영국 가디언지는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두바이를 방문하고 있는 영국 출신 채권자들이 지불유예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채권자 집단에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스탠다드 차타드와 한 헤지펀드 업체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채무유예 요청 거부가 자동적으로 디폴트로 이어지고, 이 경우 채권자와 채무기업 간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 제도적 인프라 없어..‘외로운 싸움’ = 채권자들이 투자자금에 대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샤리아 법을 기반으로 한 이슬람 금융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던톤 와일드 샙트의 이슬람 금융 담당 샤이크 무다시르 시디퀴 헤드는 “모든 디폴트 채무는 샤리아 법에 의해 처리되겠지만, 각 사법관할마다 샤리아 법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일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슬람 금융은 기업의 디폴트 이후 어느 채권자를 우선시해야 되는지에 대한 일관된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해외 채권보유자들의 경우 ‘외국인 소유권에 대한 법률’의 적용도 받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한 지역 전문가는 “나킬의 부동산 자산이 청산된다 해도 두바이 법 상 통치자의 자산에는 손을 댈 수 없다”며 “왕족이나 통치자의 자산은 압류할 수 없기 때문에 채권자들의 자산 동결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UAE에서 대규모 채권조정이나 구조조정, 이에 대한 송사 자체가 전례 없다는 사실도 채권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제도적인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이번 일이 앞으로 수쿠크 채권 문제들을 해결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영국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영국 채권자들은 채권자 보호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영국이 아닌 두바이에서 힘든 싸움을 할 것”이라며 “비용이 더 비쌀 뿐 아니라 매우 느리게 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투자 아닌 투기, 이미 예견된 일= 이번 일이 1000억 달러 규모 수쿠크 채권 시장은 물론 이슬람 금융 전체의 향방을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UAE가 채권자들을 외면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 그 동안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오던 이슬람 금융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


이번 일이 이미 예견된 사건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UAE의 채권자 보호 제도가 미비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해외 투자자들이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두바이에 쏟아 부은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237페이지에 달하는 나킬 채권 안내서에 채무 상환 보장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사실은, 그럼에도 채권자들이 투자를 강행했다는 사실은 채권자들의 안전불감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나킬의 채권 안내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두바이월드나 나킬이 파산할 경우, 채권보유자들이 요구액을 전액 반환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In the case of a bankruptcy by Dubai World or Nakheel, bondholders have no guarantee of repayment of their claims in full or at all.)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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