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 증시가 두바이 쇼크의 최대 수혜를 입고 있다.
두바이 쇼크 후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주식을 매입하는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 큰 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도가 낮고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는 점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사모펀드의 뭉칫돈도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여기에 외국계 증권사들도 한국 증시에 대한 호평을 쏟아내며 '바이(buy) 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두바이사태 이후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3일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사들인 금액은 5600억원이 넘는다. 이날 오전 9시10분 현재도 13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한국 증시에 대한 애정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계증권사들도 연일 한국증시에 대해 러브콜을 쏟아내기 바쁘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코스피지수가 2800까지도 오를 수 있다며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비중확대' 의견을 내놓은 곳은 중국과 대만, 한국 등 3개국뿐이다.
UBS도 내년도 코스피지수 목표지수를 기존 1900포인트에서 2000으로 올리고 강력 매수에 나설 것을 권고했으며 모간스탠리증권 역시 한국 증시의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며 주식을 계속 매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지만 두바이사태 후 한국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신흥국 증시 등과 차별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두바이 사태가 국내증시를 크게 흔들렸지만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의 잠재적인 악재를 다시 점검하고 대비하는 동시에 국내 증시의 상대적인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몇몇 신흥 국가는 아직까지도 위기 재발 가능성이 지속되고 있고 두바이 사태로 인해 위기의 뇌관으로 낙인찍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위험지목 국가들과 크게 차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증시 주변을 떠돌던 대규모 자금들도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두바이발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충격에 강력한 지지선이라 믿었던 코스피지수 120일선이 붕괴됐던 지난달 27일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엔 250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두바이 사태 후 진정세를 보였던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역시 160억원, 88억원이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에 유입됐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하기 때문에 정확한 투자자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 공제회와 일반법인, 보험회사 등의 단독 기관이나 복수의 개인 거액 자산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최근 국내 증시가 두바이 사태 등으로 깊은 조정을 받자 거액 자산가 등 큰 손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며 "현재 금리가 낮고 부동산 시장 마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거액 자산가 등 사모펀드의 관심은 최근 급락한 대형 우량주"라며 "원자재 투자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5일부터 24일까지 14일 연속 사모펀드에 자금이 유입됐을 당시 코스피시장에서 사모펀드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모비스(183억원)였다. 이밖에 우리금융 신한지주 삼성증권 대우증권 금호종금 외환은행 등 금융주도 집중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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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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