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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vs 두바이, 같은점과 다른점

[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두바이는 정말 괜찮은걸까'
정부가 연일 '제2의 금융위기'는 없다며 진화에 나서고 전문가들도 '이번엔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설마하다 제대로 당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학습효과'가 있는 시장참여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과 미국 4위 투자은행(IB)이었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사태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체급' 다른 쇼크=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우선 두바이월드와 리먼브러더스가 지고 있던 대외채무 잔액 면에서 '체급'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리먼브러더스의 대외채무잔액은 600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두바이월드는 10분의 1인 600억 달러에 불과해 1차적으로 외부에 미칠 수 있는 손실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먼이 겉으로 드러난 채무외에 복잡하게 얽힌 파생상품으로 예측 불가능한 손실을 키운 것에 비해 두바이월드의 채무구조와 채무집중도는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도 꼽히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두바이 관련 익스포저(신용위험액) 규모는 총 8800만달러(두바이월드 3170만달러)로 전체 해외익스포저의 0.17% 수준. 반면 리먼브러더스 파산때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 규모는 7억2000만달러로 당시 총 외화자산(615억달러)의 1.2% 수준이었다.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 등 연쇄적 파산과 매각을 거듭한 IB들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를 감안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는 같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큰형님'격인 아부다비정부가 신속한 지원에 나설수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탄탄해진 은행 '맷집'=
최악의 경우 손실을 흡수해야할 은행들의 '맷집'도 좋아졌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리먼 파산당시인 작년 9월 10.86%였지만, 올 9월말에는 14.07%로 개선됐다. 기본자본비율(Tier1)도 8.33%에서 10.67%로 높아지는 등 자본의 질적 변화도 가져왔다.


작년 금융위기때 해외언론으로부터 국내은행의 유동성 문제를 공격받는 빌미가 됐던 예대율(예금대비 대출 비중)도 124.7%(CD 제외)에서 114.1%로 좋아졌다. 중장기 외화대출 재원조달비율(중장기외채 대비 중장기외화대출 비중)도 작년말 105.6%에서 올 8월말 132.6%로 높아지며, 외화차입과 대출의 만기 불일치에서 오는 외화유동성 리스크가 대폭 개선됐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의 위기대응력이 크게 개선됐고, 최근 도입한 외환건전성 강화 방안도 실효성이 있는 조치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외부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외화자산관리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곳곳이 지뢰밭'...방심은 금물=
하지만 '수치'가 모든 것을 방어해낼 수 없다는 것은 리먼사태 때 익히 증명된 사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단순히 익스포저 규모보다는 인근 중동계와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신용경색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관건"이라며 "특히 두바이 투자가 많은 유럽계 금융회사들이 부실화를 우려해 각국의 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국지적인 문제 이상의 파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중동계 국내 증시투자자금 이탈 ▲과도한 차입(레버리지)에 대한 경계심리 속 인수합병(M&A)시장 위축 등도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올 연말 종료하기로 했던 각종 위기관련 비상조치들을 내년 상반기까지 늦춰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출구전략의 '대명사'격인 금리인상 신중론이 우세해지고 있는 점도 두바이 사태가 가져온 변화이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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