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금융위기 이후 첫 대기업구조조정 사례인 대우건설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8부능선을 넘으면서, '개점휴업' 상태였던 대형 M&A시장에 기폭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 재편을 앞둔 채권은행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 매각에 일제히 불참하며 '숨고르기'를 해왔던 대기업들도 본격적인 출정 채비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매물 '시장 앞으로'=
채권은행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의 면면은 인수가격 3조원대의 대우건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효성의 인수포기선언으로 매각이 무산됐던 하이닉스반도체는 25일 주주협의회를 통해 공개입찰 방식으로 다시 시장에 나온다. 외환은행을 대표로한 주주협의회는 다음달 중순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고, 인수자가 없으면 시장에 지분일부를 블록세일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올초 한화그룹과의 계약 파기로 10개월간 매각작업이 중단됐던 대우조선해양도 다음달 매각주간사 선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절차를 밟게된다. 매각예상금액이 4조원대에 이르는 '매머드급'인 대우조선해양은 포스코, GS 등 작년 하반기 인수전에 참여했던 곳을 비롯해 상당수 국내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주도하는 3조원대 규모의 대우인터내셔널 매각과 잠재적 인수후보가 겹친다는 점이 부담이다.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캠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의 1대주주이자, 대우조선해양의 2대주주라는 점에서 두 대형 매물의 매각 시기는 조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에서 분할된 정책금융공사도 지분매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정상화된 기업의 지분을 계속 갖고 있을 생각은 없다"며 "시장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대우건설 매각이 다음달 완료되면, 정책금융공사가 최대주주인 현대건설 매각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다만 현대건설 역시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하이닉스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 조율이 점쳐진다. 우리은행이 매각을 담당하는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해 쌍용건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도 M&A 명단에 오른 기업들이다.
◇은행권 재편도 가속화=
금융위기 극복에 중점을 뒀던 은행들도 앞 다퉈 M&A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을 달구고 있다. 핵심은 대주주인 론스타가 6개월 내에서 1년 내에 매각하겠다고 예고한 외환은행이다. 수장(首長)들의 입에서 외환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온 곳만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 등 수곳에 달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현재 빅4(국민·신한·우리·하나) 체제인 은행권의 구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민영화를 추진중인 우리금융 역시 은행권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우리금융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24일 주식시장 개장전 시간외대량매매(블록세일)방식으로 지분 7%를 매각하면서, 민영화의 첫걸음을 뗐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경영권과 관련된 지배지분(50%+1주) 매각에 대한 논의도 내년에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푸르덴셜증권·자산운용을 비롯한 일부 증권·보험사들도 매물로 나와있다.
M&A업계 고위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이 외환은행 등 금융권 매물을 인수할 자금마련을 위해서는 내부유보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보유한 구조조정기업 지분을 처분해야하는 만큼 내년에는 금융권 안팎에서 M&A 이슈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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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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