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서울의 한 구립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경력 7년의 김 모씨(30세ㆍ여)는 오전 8시 출근과 동시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으로 데려오는 차에 오른다. 1시간 가량의 '차량지도'를 끝내면 오전 수업, 점심시간 배식, 오후 수업이 이어지고, 오후 4시 쯤 1차로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종일반 아이들이 남아 있다. 이들을 돌보며 학부모 상담전화를 받고, 교육일지를 적다보면 어느새 오후 8시다. 그는 "12시간 이상 일하는 날이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10년 경력의 이 모(31세)씨의 하루도 김 씨와 다르지 않다. 이 씨는 직장인들의 휴식 시간인 점심시간이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털어놨다. 음식을 나눠주고, 식습관을 관리하다보면 본인이 밥먹는 시간은 10분도 안된다. 이런 점심시간 스트레스 탓에 이씨는 위장병을 얻었다. 그렇지만 이 씨의 월급은 100만원이 채 안된다. 한달에 135만원을 받는 김 씨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보육시설에서 일하는 보육교사의 근로 환경은 김씨나 이씨처럼 매우 열악하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중 3.2%만이 8시간 이하로 근무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이며,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곳은 전체의 43.2%로 절반도 안됐다.
전국 보육시설의 95%을 차지하는 민간보육시설 보육교사 근로환경은 더 심각하다. 이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28분이며, 초과근로자의 18.1%만이 초과근무수당을 받고 있을 뿐이다. 이들의 급여는 국공립(월 평균 140여만원)보다 훨씬 적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교육지침에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출근 전과 퇴근 후 3시간에 대해 초과근무 수당을 주도록 못박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ㆍ월차 휴가는 꿈도 꾸지 못한다. 대체교사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김 모씨(28세)는 "휴가가 아닌 외부기관의 교육을 받으러가면서도 원장의 눈치를 보기 일쑤"라면서 "대체교사를 스스로 구하고, 근무시간 동안의 급여를 본인 월급에서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저생활도 할 수 없는 급여와 높은 업무강도 탓에 자기 직업에 회의를 갖고 아이들에게 신경질적으로 대하게 된다고 보육교사들은 솔직하게 고백한다.주무부처인 복지부도 이같은 심각성을 알고 처우개선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육교사 초과근무 지원금(월10만원)을 내년 예산으로 편성할 계획이었지만, 예산이 깎였다"면서 "정부 지원금이 교사들에게 직접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초과근무 지원금이 해결책이 아니라 보육교사들에게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8시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보육교사 충원을 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인건비의 80%를 지원하는 것처럼 초과근무수당도 80%를 지원해야 제대로 수당이 지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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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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