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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정보력·현지화·기술패권이 3대 필수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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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수출시장 확대와 영토확장 갈림길 <2> 칸에게 물었다


[아시아경제 김남현 기자]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800년전에 살다간 칭기스칸에게서 21세기를 엿볼 수 있었다. 21세기 전문가들이 쏟아낸 기업들의 해외진출 성공전략은 칭기스칸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칭기스칸이 승리할 수 있었던 특징으로 정보 마인드를 꼽는다. 그들의 인사말은 “당신이 온 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였다고 한다. 우리의 “안녕하십니까”와는 사뭇 다르다. 유목민에게 외지인은 정보를 가져다주는 사람으로 당연히 환대했다. 칭기스칸 군대의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점령지의 종교나 문화 부문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칭기스칸의 마음속에는 ‘적과 나’라는 적대적 구분이 없었던 것이다. 유연한 사고가 지배했다. 칭기스칸 군대가 전쟁에서 승리했을때 절대 죽이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기술자들. 칭기스칸은 신기술을 지닌 자만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테크노 헤게모니, 기술 패권주의다.



해외진출..정보력·기술력 기본 유통시장 장악해야
저비용 노린 진출 백전백패..중기 진출 정부 지원 절실

글로벌 외환위기로 잠시 주춤한게 사실이지만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이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숫자로만 보면 해외진출 기업수가 4만5000개를 넘고 있다.


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전세계에 진출한 한국기업 법인수가 총 4만5013개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진출현황을 보면 지난 2006년과 2007년 각각 5216개와 5679개 기업이 진출해 가장 활발한 이후 지난해 3990개와 올해 1798개(9월말 현재) 업체로 급격히 줄고 있다.

실제투자금액은 1259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대기업이 879억9674만달러로 중소기업 320억9171억달러를 압도했다. 다만 투자주체별로는 중소기업이 5만2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개인이 2만2901개, 대기업이 1만4937개로 나타났다. 아시아에 3만525개 기업이 진출해 가장 많은 수가 분포했으며, 이어 북미가 9975개, 유럽이 1814개, 대양주가 1133개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5만1226개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도매 및 소매업이 1만3639개, 부동산업 및 임대업이 5422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수치로만 보면 이미 국내기업들의 세계진출은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컴퓨터 하드웨어의 경우 이미 국내생산이 전무한 상태며 가전의 80%와 자동차의 50%가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국내 생산조차도 60% 이상이 수출이어서 수치로만 보면 이미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화를 완성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값싼 노동력 찾아 나선 기업 설 곳 잃는다 = 하지만 속내를 비춰보면 마냥 흐뭇한 것만은 아니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대부분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해외진출 요인은 다섯 가지 정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앞서 밝힌 값싼 노동력을 찾아 나선 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의 주 품목은 식품, 가구, 섬유, 신발 등으로 중국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는 물론 러시아까지 진출해 있다.


이어 인구 등이 많아 넓은 소비시장을 노리고 진출하는 경우와 높은 관세장벽을 피하기 위한 진출이 있다. 대부분 대기업 진출이 이에 속한다. 여기에 대기업의 1~2차 벤더로서의 진출이 있다. 끝으로 원료 확보 차원의 진출이다.
황재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투자총괄팀 차장은 “해외진출기업의 70% 이상이 인건비나 토지 임대료 등 생산비용 절감 때문이다. 현지시장 개척형 사례들이 있지만 사실 자기상표를 달고 현지에서 마케팅 할 수 있는 기업들은 삼성, 현대차, LG 등 일부 대기업을 빼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 등에서의 고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박승록 실장은 지난주 중국출장을 일화로 들려준다. 그는 “중국 청도와 위해 그리고 상하이 등 지역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사실상 초토화되고 있다”며 “몽고 아래쪽에 위치한 닝자라는 곳의 한 백화점을 들어가 보니 중국 상표임에도 우리나라보다 비싼 물건이 많았다”고 전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등 동남아에서는 이미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이 사향산업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유수 기업들과 유통업체들이 속속 중국에 진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저임금을 노리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제3국가로 재차 이전하고 있다.
노성호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소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한 이유는 대부분 인건비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베트남으로 인도로, 스리랑카로, 이도 견디지 못하면 네팔이나 파키스탄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성공진출의 조건들 = 전세계 시장은 이미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내세울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 성공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기술경쟁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술이라고 해서 첨단 반도체 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먹는 음식에까지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이 존재하듯 사소해 보이는 것 하나까지 기술이다.


경제학은 오랫동안 기술이라는 게 주어진 산물로 본 바 있다. 즉 경제의 3요소로 거론되는 것이 노동, 토지, 자본이었다. 기술경제학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산업화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접어든 1980~90년대부터로 짐작된다. 기술발전이 경제발전을 좌우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800년전 사람인 칭기스칸은 이미 기술경제학을 터득했다. 말 안장에서부터 활, 먹는 육포까지 신기술로 무장했다.


전문가들도 해외진출 기업의 첫 번째 역량으로 경쟁력을 꼽았다. 황재원 차장은 “산업과 제품 자체가 일정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전세계 시장이 일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조차 경쟁력을 잃은 아이템으로 나갈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경제연구실장도 “현지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라인업하지 않을 경우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해외진출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가 정보력이다. 현지의 법규나 제도는 물론 시장상황과 예측능력, 상관습까지 꿰뚫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유목민들은 초원에서 주로 생활했다. 때문에 언제 적이 들이닥칠지, 어디에 숨어야 할지 항상 경계했다. 지평선 너머엔 적이 있을지 동지가 있을지, 가축들을 먹일 초지가 어디에 있을지 등을 말이다.


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있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는 문화와 상관습 등 각기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확한 분석과 예측없이 최고경영자(CEO)만의 감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노성호 실장은 “중국의 경우 중국 내에서도 차이가 크다. 인도나 아세안 국가들도 상권이나 상관습 등이 특이한 부문이 많다”며 “커뮤니티나 각 수출조합단체를 중심으로 정보축적과 상호교환이 활발한 일본에 비해 아직까지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득갑 실장은 “세계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던 해외진출의 선두주자를 자임했던 대우가 궁극적으로 실패했던 이유는 회사내 경영과 지원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우중 회장 혼자만의 감에 의존한 경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리능력 또한 주요 변수로 꼽았다. 칭기스칸도 제국을 이루고 이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사회행정조직인 천호제와 케식텐이라는 교육제도를 도입했다. 또 코릴타라는 합의체를 둔 바 있다.


특히 현지사정을 고려한 경영능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 진출이 많은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수평적 인간관계 의식이 높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1980년대 군대문화식 경영으로 실패를 겪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황재원 차장은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했던 중소기업의 경우 현지에서 1만명씩 종업원을 두기도 했는데 사실 국내에서는 100명 이상의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들 지역이 사회주의국가임에도 우리의 군대식 경영으로 실패를 겪은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 금융위기 후 개도국 부상중 = 이번 금융위기로 그간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왔던 미국의 지위가 크게 손상됐다. 또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이들 지역의 경기회복과 개인의 소비능력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개도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위상을 반영하듯 선진서방 7개국회의를 일컬었던 말인 G7회의가 최근 G20회의로 확대돼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시장 진출의 주요 타깃은 이들 신흥 국가가 돼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기업보다는 뒤처지고 있는 중기의 경우 대기업과 연계된 동반진출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김득갑 실장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이 조정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소비시장이던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나 투자는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며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신흥국을 겨냥한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성호 실장도 “대기업이 선두주자가 돼서 협력업체와 동반진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며 “특히 경쟁국이나 후진국 진출의 경우 현지에 한국의 수출전용공단을 짖고 관리해주는 역할을 한국토지주택(LH)공사 등이 맡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남현 기자 nh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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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기자 nh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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