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당에서 두 가지 메뉴를 두고 한 번도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 않은 국민들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하루에 대충 200만그릇 이상이 팔려나간다는 자장면의 절대적인 위상. 그 자장면을 중식당의 메뉴에서 제외하고도 과연 장사가 될 수 있을까요?
그건 2백만명의 잠정고객을 무시하고 시작하겠다는 무모한 모험일수도 있습니다. 먹는 편리함과 배달의 신속성 때문에 그야말로 국민메뉴가 되었지만 감히 짜장면이 없는 중식당을 생각하고 그 길을 개척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1994년 (주)더본코리아(theborn Korea)란 외식사업을 시작한 백종원(43) 최고경영자(CEO)는 짬뽕과 탕수육 두 가지 메뉴를 주축으로 ‘홍콩반점0410’이란 간판을 선보입니다. 메뉴를 단순화시킴으로써 전문화된 맛으로 승부를 할 수 있고, 재료의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으니 마진이 늘어납니다.
또 늘어난 마진 만큼 양질의 재료를 구입하게 되니 원래의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되지요. 그 맛을 보게 된 고객이 다시 가게를 찾고 점점 소문이 퍼지는 선순환구조가 됩니다. 4년 후 만든 유명한 ‘한신포차’란 브랜드도 그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마침내 2005년에는 중국 칭다오에 진출하고 2008년에는 미국에다 더본아메리카 깃발을 꽂고 한국적 메뉴를 본격적으로 글로벌화 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죠.
그보다 앞서 백 사장은 2002년 10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새마을식당’이란 다소 촌스러운 간판을 내걸었습니다. 김치찌개를 대표로 돼지불고기 등 10여가지 메뉴를 중심으로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추억을 판다는 느낌이 들도록 소박한 인테리어를 한 것입니다.
옛날에 버스종점 부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분위기로 가운데 연탄을 피울 수 있는 동그란 식탁과 등받이가 없는 작은 이동식 의자가 전부입니다. 남녀노소가 한 공간에 자리해도 전혀 거부감이 없고 젊은이들은 5000원에서 1만원 이하로 구성된 가격대가 부담이 없어 무엇보다도 좋습니다.
그렇게 소문이 나서 서울의 웬만한 동네 번화가마다 하나씩 지점이 늘어가더니 어느새 수십개가 넘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 새마을 깃발이 휘날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은냄비에 담긴 김치찌개의 차별화된 맛을 보기 위해 어느 대학가에서는 점심이나 저녁시간에 번호표를 들고 줄줄이 기다리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름을 새마을식당이라고 지었을까요? 철도청에선 새마을열차마저도 KTX에 밀려 2류로 취급되고 있는 마당에.
그 흔한 OO가든이나 OO레스토랑대신 ‘식당’이란 이름을 고집한 것은 요즘의 추세와 역행한 작명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분식집이나 김밥집도 식당이란 이름을 기피하는데 보란 듯이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역동성을 실내분위기에 맞게 연출해 ‘새마을’이란 사라지는 브랜드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식당을 만든 것입니다.
대박이 난 가게 중에는 새마을 깃발의 초록과 노랑이란 단순한 색감도 그대로 앞치마에 사용하고 종사자들이 분주하게 손님들의 좌석을 돌면서 미리 밑반찬을 챙겨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근면과 자조의 정신을 서비스업을 통해 제대로 실천하는 셈이지요.
딱 7분간만 끓여서 최상의 김치찌개 맛을 유지하기 위해 테이블마다 타이머를 매달아 신경을 쓰고 메뉴의 60%는 주인이 직접 조리를 할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해 결코 프랜차이즈 사업의 그늘에 안주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성공의 비결은 새마을정신을 되살린 것입니다.
‘百聞이 不如一食’입니다. 싸늘한 날씨에 짬뽕과 김치찌개 중에서 혹시 번민하는 점심시간이 되면 검색을 해보시죠. 가까운 ‘새마을식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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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대우(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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