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경희대와 손 잡고 인문학강좌 마련,,인기 폭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책상 앞에 앉아본 게 벌써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때니까 벌써 50년 가까이 됐어요"
지난 10월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동구 천호3동 주민센터 3층.
손자손녀의 재롱이나 볼 나이인 임순희(61) 씨가 뒤늦은 나이에 책상 앞에 앉은 이유는 뭘까.
다름 아닌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동 주민센터마다 인문학 열풍
강동구 동 주민센터마다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pos="C";$title="";$txt="천호3동 희망강동아카데미 인문학강좌 모습";$size="550,366,0";$no="2009110407375421339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동네 골목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던 이들이과 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교통지킴이들이 하나둘씩 주민센터로 몰려들고 있다.
강동구가 최근 경희대학교와 손잡고 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희망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희망 강동 아카데미 인문학 강좌’를 연 때문이다.
동 주민센터에서 마련한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해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해주고 임순희 씨가 받는 일당은 하루 3만3000원.
그 것도 주 5일 근무이다보니 한달해봐야 60여만원이 고작이다.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남편마저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사는 그녀가 근근히 생활하는 유일한 돈벌이다.
그런 그녀에게 "인문학이 어울릴까. 사치 아니냐"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글쎄요. 인문학이 뭔지는 몰라도 강의를 들으면서 못 배운 설움을 푸는 것 같아요. 내 이름도 잊어버리고 그냥 아줌마, 할머니로 살았는데… 자신감도 생기구요"라고 말했다.
이날 주제는 '사랑'이다.
강의를 맡은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 최영준 교수는 "인문학은 '여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자존감을 찾아주는 것"이라면서 "인문학이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톡톡 튀는 강의에 재미 더해
같은 시간, 또 다른 강의실을 찾아가보자.
강동구 성내2동 지하 강의실. 강의실 앞 커다란 스크린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비너스와 헤라, 제우스 등이 화면 속에 나타난다.
강의를 맡은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 이경희 교수는 신화 속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인문학적 사유와 시대정신을 쉽게 풀어나간다.
맨 앞줄에서 열심히 강의에 몰두하고 있는 구성모(52) 씨에게 강의를 들은 소감을 묻자 "밥 한 그릇, 소주 한잔이면 모를까,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우리한테 무슨 인문학을 가르쳐 하고 별로 관심도 없었어요. 그런데 계속 강의를 듣다보니까 나 자신, 또 우리 가족도 생각하게 되고… 학교 다닐 때는 수업시간 졸기도 많이 했는데 아주 재밌더라구요"라고 털어 놓는다.
현재 강동구에서 현재 평생교육대학, 강동부모코칭학교, 강동평생학습아카데미, 이화강동아카데미 등을 운영중이며 평생교육기관도 121개소에 이른다.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선정된 ‘평생교육도시’의 이름값을 하고 있는 셈.
하지만 이처럼 희망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강의를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적 지원과 자신감까지 1석2조
이번 인문학강의는 지난 10월 19일부터 강동구에 18개 동 주민센터에서 일제히 시작해 오는 11월 17일까지 계속된다.
강의는 동별로 총 4회 8시간씩 총 72강의가 진행되고 경희대 교수 10명이 참여해 각 동 주민센터응 순회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육대상자도 강동구 내 각 동주민센터에서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933명이다.
이해식 구청장은 "그동안 범정부적 민생대책인 희망근로사업이 6개월 정도의 한시적인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 극복하고 삶의 용기와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희망 강동 아카데미 인문학 강좌'를 운영하게 됐다"며 사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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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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