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성 끌어올리는 도우미' 수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거듭난다
개인고객 중심·내수집중·통신 등 한계 탈피
5년간 R&D 3조 투입·해외업체와 협업 추진
[아시아경제 김진오 기자]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취임 10개월만에 회사의 사업 구조를 완전히 뒤흔드는 대변신을 선언했다. 내수에 기반한 통신기업에서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포화상태인 국내 통신시장을 벗어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거대한 솔루션 사업에 진출, 해외에서 미래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매출의 대부분이 음성 위주의 이동통신망사업자(MNO) 비즈니스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더 이상 협소한 국내시장에서의 MNO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상당수 글로벌 IT기업은 이미 사업 영역을 가리지 않는 통합서비스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개인 고객 대상 통신사업에 주력하던 브리티시텔레콤(BT)은 솔루션, 컨설팅 역량을 강화해 이종산업 및 공공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시스코는 개인 맞춤형 저탄소 교통정보 서비스 등으로 도시 인프라를 개선시키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서버를 비롯한 하드웨어 판매회사였던 IBM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외딴섬 트리스탄다쿤차에 하이테크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전방위 IT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IPE사업으로 승부수 띄우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29일 간담회에서 "개인 고객 위주의 통신서비스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며 "다른 산업, 법인, 공공 부문과의 연계를 통한 '산업 생산성 증대(IPE)'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전담조직인 기업사업단을 지난 6월 신설하는 한편, 유통ㆍ물류ㆍ금융ㆍ교육ㆍ헬스케어ㆍ제조(자동차)ㆍ주택건설ㆍ중소기업 분야를 8대 핵심사업 아이템으로 선정, 본격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 산업에 직접 진출하는 게 아니라 SK텔레콤이 가진 센싱(sensingㆍ감지)과 네트워킹 기술로 해당 산업과 협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병원과 협업할 경우 첨단 ICT 기술을 활용, 긴 대기시간을 줄이고 원격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정 사장은 "기존 컨버전스 사업은 통신사업자 중심이어서 성과가 미흡했다"며 "패러다임을 바꿔 다른 산업과 윈ㆍ윈할 수 있는 협업을 추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또 "향후 5년간 3조원 이상을 IPE 관련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며, 이미 IPE를 통해 1년 내에 1조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준비가 됐고 5년 내 5조원대 매출을 올릴 계획도 서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사장은 IPE사업의 관건은 연구개발(R&D)에서 판가름 난다고 보고, 차세대 유무선 네트워크와 혁신적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비즈&오픈 플랫폼, 스마트 테크놀로지, 이종산업간 융합기술 등의 분야에 향후 5년간 3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다.
특히 그간 해외 이동통신사 지분인수나 직접 진출을 통해 추진해왔던 전략에서 탈피, 현지 업체와 협업해 '글로벌 IPE사업'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 정 사장의 복안이다.
◆컨버전스 패러다임 전환
SKT텔레콤이 타 산업 컨버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최초로 진출했지만 그 당시에는 고배를 마셨다. 그 때는 이종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와 통신 중심의 사업모델을 앞세워 컨버전스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정사장은 설명했다.
예컨대 당시 컨버전스는 개인고객 위주로 진행됐고, 금융이나 유통업계가 SK텔레콤에 자기 고객을 뺏길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한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도 곁들였다. 아울러 해당 산업의 최종고객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바람에 각 산업 플레이어의 협조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정 사장은 "앞으로 컨버전스사업을 기존 SK텔레콤 주도형에서 타산업과의 협력형으로, 기존에 국내 성공모델을 글로벌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애초부터 글로벌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구조를 개인에서 법인으로 확장하고, 통신중심의 사업영역을 ICT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은 검토 안해
정만원 사장은 통신업계의 합병과 관련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등과의 합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합병을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 사장은 "합병이라는 것이 유무선 업체 간 통합인데, 이는 결국 개인 통신시장을 보고 하는 것"이라며 "합병은 정체돼 있는 국내 통신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는 KT그룹이나 LG그룹이 유무선 계열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 통신시장을 리드하겠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시장접근법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KT와 KTF가 합병하고, LG텔레콤ㆍLG데이콤ㆍLG파워콤이 내년 초 합병을 계획하고 있어 SK 통신 계열사들도 당연히 합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사장이 이같은 예측을 단번에 뒤집은 것이다. 정 사장의 역발상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정 사장은 "LG텔레콤의 통합으로 자산 규모 8조원의 매머드급 통신업체가 출범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후발업체라는 이유로 정책적 배려가 있어서는 안 되며, 반대로 선도기업이라는 이유로 SK텔레콤에 적용돼온 차별 규제 역시 사라져야 할 것"이라면서 비대칭 규제의 철폐 필요성을 강도높게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유무선통합보다는 무선통신의 강점을 기반으로 유선대체를 가속화한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며"규제정책도 후발사업자 보호라는 '비대칭 규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계속해서 민원을 넣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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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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