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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을 절대 못 이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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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공부 잘하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면 성적이 오를까. 학창 시절 밤잠을 설치며 공부해도 바닥을 기는 성적에 좌절하며 한 번쯤 이 방법을 시도해 봤다면 알겠지만 효과는 전무하다. 1등하는 녀석과 함께 학원과 독서실을 다니고, 밥 먹고 쉬는 것까지 이 녀석을 따라했건만 석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펀드의 운용보고서를 구해 이 펀드가 투자한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전설적인 투자가로 손꼽히는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가 매입한 종목에 투자하면 언젠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산가가 될 수 있을까. 실제로 기관 투자자를 모방하는 투자자가 상당수다. 안타깝지만 이런 식으로는 버핏뿐 아니라 다른 어떤 기관 투자가도 이길 수 없다.

모범 답안을 손에 쥐고서 낙제점을 받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자금력의 차이다. 뮤추얼펀드를 포함한 기관 투자자는 통상 하나의 포트폴리오에 수백 개 종목을 편입한다. 특정 기업이나 업종에서 예기치 못한 악재가 터져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이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은 광범위하게 분산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관 투자가의 자금력에 비해 종자돈이 너무도 보잘 것 없는 개인 투자자는 그들과 똑같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없다. 펀드 편입 종목 중 일부를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하필 찍은 종목이 떨어져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설사 그만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어 업계 1위 펀드와 동일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해도 결코 올바른 투자 전략이 아니다. 보유 자금을 다양한 투자 자산 가운데 주식에 '올인'하는 것은 자산배분 측면에서 기본에 어긋나기 때문. 뿐만 아니라 자금력 이외에도 개인과 기관의 차이점이 적지 않다. 투자 기간이 대표적이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스스로 장기 투자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는 한두 달 사이에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얻고 싶어 한다. 아무리 길게 참아도 1년을 넘기기 힘든 것이 ‘개미’의 현실이다. 물론 펀드 중에도 액티브형은 회전율이 높다. 자주 사고판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대다수의 펀드는 개인보다 시야가 멀다. 버핏은 좋은 주식을 찾아 ‘영원히’ 투자한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고, 실제로 30년 이상 묻어 둔 종목이 상당수다.


자금의 용도가 오직 주식 투자인 펀드와 달리 개인은 한정된 자금을 주식 외에도 다른 자산에 투자해야 하고, 투자 외에 일상적인 소비부터 자녀 학자금, 대출 상환, 때로는 기부에 이르기까지 지출 항목이 세기 힘들 정도다. 때문에 주식이든 그 밖의 자산이든 투자를 결정할 때에는 구체적인 투자 기간과 목표 수익률을 설정해야 한다. 여기서 무작정 '펀드 따라하기'의 맹점이 나타난다. 펀드가 매입한 종목을 확인할 수 있다 해도 매니저가 목표한 투자 기간까지 알 수는 없다.


투자 기간이 짧은 펀드라고 해서 모방이 쉬운 것도 아니다. 장기 투자에 대한 부담만 없으면 펀드 따라잡기가 문제없다는 생각은 안이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펀드 가입자라고 해도 매일같이 운용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통상 펀드 운용보고서는 분기에 한 차례 발간된다. 회전율이 높은 펀드는 3개월 사이 편입 종목이 크게 바뀐다. 펀드를 추종해 매입한 종목이 다음 운용보고서에는 사라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언제 사라졌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다.


이러니 완벽한 모방이란 생각하기 힘들다. 투자한 종목이 운용보고서에 계속 남아 있다고 해서 모방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3개월 사이 특정 시점에 매도했다가 재매입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런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을 지도 모른다.


정보력에서도 커다란 차이가 발생한다. 또 시간적으로나 리서치 여력으로나 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기관 투자가를 개인이 따라잡기는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기만큼 어렵다. 펀드가 특정 종목을 매입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베팅하고도 마음이 편안하다면 투자 수익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평소 사고방식을 뜯어 고치는 것이 좋다.


자금력이 얼마나 대단하든, 인내심이 얼마나 강하든 개인 투자자가 펀드를 모방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섣불리 흉내를 냈다가는 수익은커녕 적잖은 거래 비용만 낭비하기 십상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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