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주식시장과 쏙 빼닮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한 마디로 골치 아프고,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이 아닐까.
시시각각 기분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쉽게 흥분하며, 신경과민에 다혈질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예민한 만큼 냉정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듯하면서도 지극히 감성적일 뿐 아니라 극심한 조울증 환자처럼 기분의 쏠림 현상이 말할 수 없이 크다. 이 정도면 이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어렵지 않게 이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캐릭터다.
하지만 심리나 성격만으로 금융시장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시장의 심리를 알면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까. 이런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분야가 있으니 다름 아닌 행동주의 금융이다.
행동주의 금융에서는 전통적인 금융이론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인간의 행동이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감정과 편견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못 견디게 궁금한 투자자라면 행동주의 금융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심리가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쥐락펴락한다는 개념은 시장 효율성이라는 기존의 이론과 정확히 상반된다. 효율적 시장가설에서는 기업의 가치와 관계된 정보는 어떤 것이든 곧바로 주가에 반영된다고 주장한다. 아비트라지라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호악재가 즉각적으로 반영된다는 얘기다.
닷컴 버블과 붕괴를 경험한 투자자에게 효율적 시장가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반면 행동주의 금융은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점철돼 있다고 가정한다. 실제로 인간이 판단이 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실험 결과가 적지 않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와야만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뒷면이 나오면 땡전도 없다.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오는 데 베팅을 하거나 동전을 던지지 않고 그냥 5만원을 갖는 것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할 때 사람들은 십중팔구 5만원을 선택한다.
얘기를 바꾸면 어떨까.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0만원을 잃게 되고 뒷면이 나오면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동전 던지기를 하지 않으면 5만원을 잃는다. 이 때 사람들은 십중팔구 동전 던지기를 시도한다.
동전을 던져 앞면 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은 변함없이 50%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두 가지의 상황에 처했을 때 다른 선택을 내릴까.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사람들은 리스크를 걸고 잠재적 수익률이 큰 쪽에 베팅하기보다 수익의 크기가 작더라도 확실한 쪽을 택한다. 둘째, 사람들은 더 큰 수익률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만회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보다 손실 회피를 우선시하는 성향은 주식시장의 투자자들도 공통적으로 가진 속성이다. 닷컴 버블 당시 고점 대비 주가가 99% 추락하거나 휴지조각이 된 종목이 속출했다. 주가가 바닥을 향해 내리꽂힐 때 손절매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심리는 언젠가 반드시 주가가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와 손실을 확정짓고 싶지 않은 미련이 혼합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군중 본능도 투자자들의 비이성적인 행위를 설명하는 데 유익하다.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오르거나 떨어질 때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판단에 대한 확신을 잃고 군중에 묻힌다. 역발상 투자가 힘든 것은 주식시장의 다수는 자신이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불안함 때문이다. 주가 움직임이 자신의 판단과 크게 어긋날수록 불안감은 커지고, 군중을 따르고 싶은 강한 충동에 이끌리게 된다.
투자자들이 한 가지 정보 또는 데이터에서 얻은 사소한 판단에 지나치게 커다란 가치를 둔다는 것도 행동주의 금융이 밝혀낸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념이 웬만해서 흔들리지 않는 측면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주식시장의 단기 급락이 매수기회라는 믿음이다. 1990년대 후반 급락장을 겪으면서 얻은 이 믿음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질 때면 급락의 원인을 합리적으로 따지기보다 기회라는 생각이 앞서는 경향이 있다.
행동주의 학자들이 투자자들의 행위에 대한 단순한 설명이 아닌 시장을 예측하는 모델을 확립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행동주의 금융이 주식시장의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심리가 주가에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주가가 장기간 펀더멘털과 어긋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가를 예측하는 데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이론은 아니지만 적어도 비이성적이고 지극히 감정적인 판단으로 인한 실수를 줄이는 데는 유용한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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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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