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희망평생교육원 ‘우리글 배움터’ 가보니
“한글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요”
, 만학도 읽기·쓰기 배우며 힘들지만 함박웃음
“3개월이면 신문도 읽어요”… 한글파괴는 걱정
“까르르 웃습니다. 빙그레 웃으십니다.”
8일 오후 2시15분 광주 북구 누문동 10번지 광주희망평생교육원 개나리반.
여전히 후덥지근한 한 낮 더위 가운데서도 평균나이 55세의 만학도 27명이 한글자라도 놓칠세라 소리 높여 읽기 연습에 한창이다.
동화 ‘방귀 아저씨’의 내용을 칠판에 빼곡히 적어놓고 교편으로 한자 한자 가르키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울리는 27명의 낭랑한 목소리는 이제 ‘읽기 전문가’ 수준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어지는 받아쓰기 시간 만큼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처음 10여개 문장은 어려움 없이 써내려가던 만학도들도 ‘개가 짖다. 집을 짓다. 색깔이 짙다.’는 문제가 이어지자 선생님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더욱이 이어지는 문제에서 나온 ‘새벽녘’이라는 단어는 동무들끼리 상의까지 해보지만 도통 쓰기 어렵다.
이처럼 여전히 어렵고 헷갈려하면서도 이곳 희망평생교육원에 다니면서 배운 한글로 만학도들은 손자 손녀와 편지는 물론 문자메시지도 주고 받을 정도가 됐다.
3개월이면 초급반을 떼고 신문기사도 읽을 정도로 늦게 배운 한글이지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평생교육원 학생과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이는 개나리반 반장인 A(62·여)씨가 배운지 1년만에 어려운 겹받침도 아무 거리낌 없이 쓸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A씨를 비롯한 개나리반 학생들 모두 이제 한글에 있어서는 ‘고수’가 됐을 정도다.
그럼에도 개나리반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한 글자라도 더 익히기 위해 연필을 고쳐 잡을 만큼 ‘한글사랑’에 푹 빠져 있다.
이렇게 배운 한글이지만 최근 10대들이 만들어내는 이해하기 힘든 글을 접하다보면 만학도들이 느끼는 아쉬움이 크다. 이제 갓 배운 우리글이 파괴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
특히 자신이 어렵사리 배웠던 단어가 처음 보는 단어인양 형태마저 한글이 아닌것 처럼 바껴 쓰이는 경우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민영순(58) 교사는 “학생들이 가끔 손자나 손녀들이 보낸 편지나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해석’해주라고 하는데 나도 모를 말들이 많았다”며 “한글은 가르쳐 볼수록 배우기 쉽고 아름다운 글인데 이를 더욱 아끼고 발전시키는데 모든 세대가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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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김범진 기자 bjjournal@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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