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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검투사 황영기, KB지주 회장 사의 왜?

스스로 검투사로 칭했던 승부사 황영기 KB금융그룹 회장이 23일 전격 사의를 발표한 것은 거세지는 전방위 사퇴압력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황 영기 회장이 물러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압력을 넣은 데다 KB금융이사회도 황 회장 스스로의 입장표명을 기다리겠다며 사실상 사퇴부담을 준 상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황 회장 징계 건은 평면적으로 보면 '해임 사유'에 해당하나 당시의 경제여건을 고려했고 자신이 고의로 한 것이 아니고 리스크 관리 실패라는 정상참작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황 회장과 같은 사안으로 '주의적 경고'를 받았던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이 전격적으로 사퇴한 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신뢰에 상처를 입음으로써 KB금융그룹을 주도할 수 있는 추진력과 입지도 약화된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의 징계 이후로도 황 회장이 법적으로 KB금융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은행 경영과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만큼 조직 장악력은 약화는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2조원을 목표로 했던 증자 규모가 이사회 결정 과정에서 절반으로 삭감된 것처럼 KB금융 내부의 견제가 심해진 상황에 그의 징계는 주도권 장악에는 치명타였다.


또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를 비롯해 국민은행 노조도 황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황 회장 스스로도 자존심이 강한 스타일인 만큼 이사회나 내부견제에 의한 사퇴종용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연인으로의 돌아가 법적 공방을 준비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어찌 됐든 돌아온 검투사 황영기 회장이 금융업계에 화려하게 복귀한 지 1년 만에 결국 무릎을 꿇게 되는 현실에 처한 셈이다.


승부 근성과 강한 추진력 때문에 `금융계 검투사'로 불리던 황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꿈을 채 펼쳐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결국 자진사의로 끝을 맺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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