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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자원공사 '궁색한 변명'

한국수자원공사가 ‘임진강 참사’를 두고 사과했다. 경보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인정이었다.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은 울부짖는 유가족들 앞에서 머리 숙여 “정말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렇지만 수자원공사가 내놓는 해명과 변명을 보면 그저 씁쓸할 뿐이다. 유족과의 협상은 더 가관이다. 과연 사과할 마음이 있는지도 의문이 들 정도다.

수위 변동을 체크해 지자체에 알려줘야 할 책임을 가진 수자원공사는 ‘무인경보기가 작동되지 않아 조기경보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홍수자동경보시스템 통신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다는 걸 사고 이틀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사고 때 당직근무자가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재택근무했다’는 변명 아닌 변명도 나왔다. 경비시스템이 먹통이었으니 당직자는 ‘그냥 집에서 쉰 셈’이 됐다.

이번 참사의 직접 원인을 제공한 북한의 태도도 야속하지만 결과적으로 사고를 키운 수자원공사의 ‘나사 풀린 근무태도’ 역시 황당할 뿐이다. 유가족들의 황망한 분통이야 오죽하랴.


수자원공사의 사후행태도 미덥잖다. 장례와 보상 문제를 두고 유족과 수자원공사 쪽이 심하게 부딪히고 있다. 시작부터 파행이 거듭된 협상은 깨졌다. 10일 오전까지 세 번 얼굴을 맞댔지만 매번 책임을 둘러싼 당사자들 공방만 맴돌았다.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물론 사고가 수자원공사만의 책임은 아니다. 멀뚱멀뚱 강 물 불어나는 보고 있었던 군(軍)도 문제고, 물이 차오를 데로 올라서야 경고방송을 한 연천군도 책임이 크다.


그러나 유족들과 직접 협상테이블에 나온 수자원공사가 피해보상에 대한 확답을 늦추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자기기관의 법적 책임소재를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속셈으로 밖에 비치질 않는다. ‘진심으로 사죄’ 한다면 유가족들 감정을 더 상하게 하진 않을 것이다.


사고가 터진지 벌써 4일째다. 수자원공사는 책임소재를 운운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진심이 담긴 사과를 내놓고 뒷수습도 해야 할 것 같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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