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국산콩 두부, 무항생제 유정란, 유기농 우리밀 식빵'
유치원생 자녀를 둔 주부 전모(40)씨가 생활비에 쪼들리면서도 대형마트에서 아이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유기농 제품들이다. 유기농 제품 값이 일반농산물보다 1.5배 가량 비싸지만 최소한 아이에게 만큼은 안전한 먹을 거리를 줘야겠다는 모정인 셈이다.
전씨는 "농수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많이 오른 것도 부담이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각종 친환경 유기농 제품 구입도 가계부에서 식료품비 비중을 높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엥겔계수, 즉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반기 기준으로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지수는 통상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하락하고 소득이 떨어지면 높아지게 돼 있어 생활형편이 나쁜 후진국일수록 엥겔지수가 높아지게 된다.
농수산물 등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이 상승한데다 경기불황속에서도 유기농제품 소비가 확산되면서 엥겔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가계의 명목 소비지출액은 269조7009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은 33조7194억원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2.5%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8%포인트 상승했고 이는 지난 2001년 이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단, 엥겔계수로 분류되는 생활수준을 보면 25% 이하는 최상류에 속한다.
한은은 "엥겔계수가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올 상반기 중 식료품.비주류 음료품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평균 10.7%에 달하면서 이 분야의 명목지출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련업계에서는 평균 물가 상승과 더불어 웰빙(well-being) 바람으로 값비싼 유기농제품 소비가 늘어난 것도 엥겔계수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달걀만 보더라도 통상 10알 기준으로 보통란이 2000원 초반대지만 유기농 유정란의 경우는 3000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두부업계의 한 관계자도 "과거 일부 계층에 한정됐던 유기농 국산콩 두부 소비층이 중국산 재료 등에 대한 불신으로 크게 확대됐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가격부담이 낮은 PB(마트 자체상표)유기농제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전체 유기농제품 판매도 매년 2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향후 농수산물 등 식료품의 물가가 안정을 되찾고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엥겔계수가 현 수준에서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생활형편정도를 단정짓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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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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