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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DJ' 주목받는 박지원

26년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자리를 지켰던 박지원 비서실장의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포스트 DJ'라는 새로운 정치지형 속에서 또 다른 모험이 시작된 셈이다.


박 의원은 26년 전 김 전 대통령(DJ)과 인연을 맺은 이후로 DJ의 그림자처럼 살아왔다. 때문에 그에게 붙여진 별명 또한 '그림자'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그 보다 더 DJ를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은 없다. 또 그만큼 DJ로부터 신뢰를 받았던 참모진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DJ의 '복심'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에 근무했을 당시에는 전날 밤늦도록 술을 먹더라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DJ를 만나 업무보고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던 이야기는 지금도 정치권에서 회자된다.

DJ의 병세가 악화돼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그는 매일 병원에 찾아가 언론보도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13일 저녁 11시에도 DJ 병실로 달려가 청문회 내용과 하루 일과를 보고했다. DJ도 평소와 달리 늦은 시간까지 그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는 또 DJ 병세가 심각해지면서 사실상 자신의 말을 듣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하루하루 보고를 하면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 한 의원은 23일 "박 의원은 하루도 빼지 않고 DJ를 만나 대화를 나눌 정도로 그 보다 더 훌륭한 참모는 세상에 없다"고 했고, 의원실 보좌진은 "훗날 참모학이란 책을 쓴다면 박 의원이 전형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DJ와의 인연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욕 한인회장이었던 그는 미국을 망명한 DJ를 만난 뒤 곧 'DJ 사람'을 자청했다. 이후 92년 제14대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하면서 DJ의 '입'과 '귀' 역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변인을 시작으로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DJ의 햇볕정책의 결실이었던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이끌어낸 것도 그였다. 최근 북한측이 조문단 파견을 그에게 통보해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 퇴임과 함께 동교동계가 정치무대에서 퇴출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는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했다. 비록 비서실장과 국무위원 등의 경험을 제외하면 그는 재선의원에 불과하지만 특유의 정보력과 판단력으로 정치권에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에 결정타를 날리면서 청문회 스타로 급부상했고,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여야 의원들에게 직접 설명할 정도로 열정적인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을 유일한 정치인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며 "당장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작업과 민주개혁세력의 통합, 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서의 활동 등 이전보다 더 왕성한 활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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