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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멕 FTA 스페셜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멕시코 경제의 명암] - (끝) 멕시코 국민들에게 한국은?


멕시코 시티 공항과 시내, 호텔 주변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항과 식당에 걸린 TV, 모니터 디스플레이의 대부분은 LG전자 제품이 걸려 있었으며, 젊은 멋쟁이들의 손아귀에는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전화가 들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유독 도시 곳곳에 세워진 옥외 광고판에도 삼성, LG의 제품 광고가 눈에 띄게 많았으며, 심지어 양사의 광고가 나란히 걸려 있는 서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조차 볼 수 있었다.

멕시코시티 도로에서는 현대의 아토즈와 GM의 닷지 브랜드로 수출돼 팔리는 베르나, 역시 GM을 통해 판매된 마티즈, 젠트라, 라세티 등 한국에서 제작된 자동차들이 외국산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한국의 멕시코 투자는 지난 1991년부터 본격화 돼 1994년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체결한 것이 계기가 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3월 기준 우리나라의 대 멕시코 총 투자 신고금액은 12억4652만달러(416건), 투자금액은 8억2272달러(555건)을 기록했다. 분야별 투자규모를 보면 제조업 4억5670만달러(428건), 도매 및 소매업 2억5319만달러(56건), 통신업 4964만달러(5건), 건설업 3106만달러(29건) 순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제조업 투자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 3사와 협력업체의 동반진출 및 최근 포스코의 철강생산 관련 투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가 많았던 만큼 한국과 멕시코의 교역규모는 한국의 수출이 절대적으로 많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멕시코 수출은 90억9000만달러, 수입은 10억4900만달러로 양국간 교역액이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의 무역흑자는 무려 80억4100만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교역의 불균형은 멕시코 정부가 한국과의 경제적 교류의 걸림돌로 내놓은 중요한 사항이 되고 있다.


◆신종플루로 한국 이미지 높아져= 양국간 고역 규모가 크게 급증했지만 한국인들이 멕시코에 대해 잘 모르듯 멕시코 국민들도 사실 한국을 잘 모르다고 한다.


그러다가 올 봄에 벌어진 신종플루 사태는 멕시코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지난 5일 포스코 멕시코 용융아연도금강판(CGL) 준공식에 앞서 알티미라에서 만난 조환복 주멕시코 한국대사는 “멕시코는 한국을 캐나다와 함께 가장 존경스러운 친구라고 여기고 있다”면서 한국에 큰 애정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멕시코에서 신종플루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나온 직후 중국은 500만달러, 일본은 100만달러를 긴급구호기금으로 내놓았고, 한국은 이보다 늦게 50만달러를 지원했다. 당시 중국이 보내온 구호물자가 멕시코 공항에 도착한 날에는 펠리페 깔데론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가 중국측의 성의에 경의를 표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후 자국에서 신종플루가 발병하자 현지에 여행을 온 멕시코 국민들을 호텔에 감금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결국 멕시코 정부는 전세기를 띄워 자국 국민들을 직접 데려왔는데, 이들이 내린 공항 자리가 불과 일주일 여전 중국측 구호물자를 받기 위해 대통령이 나왔던 바로 그 자리였다고 한다. 멕시코 국민이 돌아온 날에는 대통령 영부인이 이들을 맞이하며 중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조 대사는 “신종플루가 퍼지기 시작하자마자 우리 정부가 구호기금을 내놓은 이외에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직원들은 물론 그 가족들이 발병하지 않도록 물자를 지원하는 한편 한국을 방문한 멕시코 국민들에게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장면은 인상적으로 작용했다”면서 “돈 보다는 직접 행동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정성에 대해 크게 감동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멕시코 대사로 발령받은 후 신종플루 해결 및 교민안전을 위해 뛰어 다니느라 바빴던 조 대사는 수시로 부임후 6개월여 만인 이달 초에서야 깔데론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80년대 중반 멕시코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2001년 중국 경제공사 시절에는 중국을 방문한 멕시코 공무원들의 업무를 지원해 준 공으로 멕시코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올해 멕시코 대사로 발령 받은 것은 이러한 과거 멕시코와의 인연과 무관치 않으며, 한국과 멕시코의 교류 강화 특히 한국-멕시코 FTA 추진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었다.


조 대사는 “최근 멕시코 정부측의 부탁으로 연설을 많이 하는 편인데 멕시코 정부측도 제가 말하는 외국인 기업 활동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화를 하니까 그들도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멕시코는 개방 휴유증으로 FTA를 잠정 중단한 상태라 어렵지만 그래도 한-멕시코 FTA가 추진될 수 있도록 요청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멕시코로서는 우리와의 교역 불균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로부터 수입량은 가공을 통해 다시 미국과 세계로 수출이 돼 결국은 멕시코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몇몇의 공무원들은 이같은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최근 멕시코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우리기업은 물론 멕시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포스코의 투자와 지난해 한국가스공사가 8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건설, 1차 7000만달러에 추가로 7000만달러까지 총 1억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수출입은행의 유조선 건설 투자 등이 멕시코 시장에서의 한국기업의 위상을 확대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을 멕시코측도 충분히 알고 있다. 한-멕시코 FTA는 단순히 경제 협력이 아니라 ‘스페셜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삶의 질 높이는 방안 모색해야= 이와 함께 멕시코 현지 진출은 북미 진출이라는 본연의 역할 이외에도 낙후된 중하류층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마약과 가난, 독점, 부패 등은 결국 빈부의 격차로 인해 발생, 유지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중앙 정부의 재정은 갈수록 악화돼 공공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줄어들고, 교육 등의 질을 높이지 못할 경우 빈민 계층의 비중은 더욱 높아져 국가 경제의 불안 요소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방을 통해 국가 경제의 발전을 모색하려고 했던 멕시코는 오히려 외국계 기업의 생산기지로 전락했고, 소수 기업의 이익만 늘어나는 부작용만 맛봤다. 개방 피로증에 시달릴 만한 충분한 이유다.


현지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교육 콘텐츠와 기능 교육 프로그램, 농업 등 멕시코 국민들의 자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산업의 참여도 고려해 볼만 하다”면서 “멕시코 정부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해 경제협력을 강화해 주는 방법을 모색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멕시코시티·알티미라(멕시코)=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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