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예상밖의 실업률 하락에 워싱턴과 월가가 함께 흥분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는 일제히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축포를 터뜨렸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최악의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미국 언론들도 마침내 '전환점(turning point)'을 돌았다는 소식을 머릿기사로 장식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금융시장과 제조업에 이어 찾아온 또 하나의 '청신호'가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 실업률 15개월만에 하락 =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실업률은 9.4%로 집계됐다. 전월 9.5%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며 9.6%로 상승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예상을 보기좋게 뒤집었다. 미국 실업률이 하락한 것은 15개월만에 처음이다.
실업률과 함께 발표된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와 시간당 임금, 주간 평균 노동일수 역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가계 소득과 소비 회복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약한 고리'가 개선의 여지를 보이자 고용 불안을 떨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고, 이어 실물 경기가 온기를 더할 것이라는 선순환 기대가 번졌다.
아거스 리서치의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야마론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여긴다면,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소비자신뢰가 점차 강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113.81포인트(1.23%) 오른 9370.07으로 마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1.34% 오른 1010.48을 기록해 1000선을 되찾았고, 나스닥지수 역시 1.37% 오르며 2000선을 다시 밟았다.
◆ 안심하기 이르다 = 하지만 미국 고용이 완전히 제 자리를 찾은 것은 아니다. 25만명에 가까운 감원은 미국 경제가 성장 궤도로 안착하기 위한 필요조건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전후 최대 위기를 맞기 전 안정적인 실업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월평균 12만5000명의 신규 고용이 필요했다. 그리고 실업률을 5% 아래에서 유지는 데 필요한 신규 일자리는 최소 20만 개에 이른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실업률이 5% 아래로 떨어지는 데 4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백악관도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악의 침체 터널을 벗어났다고 판단했지만 백악관은 연말 실업률이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수정하지 않았다. 일부 FRB 위원은 내년 실업률이 10.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이코노미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 감원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감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일자리가 순증으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 실업률 왜 떨어졌나 = 7월 실업률이 하락한 원인도 석연찮다. 줄도산 위험에 처했던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정상화 수순을 밟으면서 감원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더 핵심적인 요인은 실업자들이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데 있다. 미국 실업률은 구직 활동을 지속하는 실업자만 지표에 반영된다.
만약 구직 활동을 단념한 해고 노동자나 비정규직 고용자를 감안한다면 지난달 실업률은 16.3%에 달한다는 것이 월가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실제로 일자리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7월 말 현재 6개월 이상 실업자가 497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평균 실업 기간 역시 25.1주로 최고치였다. 지난달 예상밖의 실업률 하락에도 경제학자들 사이에 전후 최악의 실업률 10.8%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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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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