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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펀드판매사 눈치보는 운용사

투자자:"적금이자보다 높은 판매 수수료 이제 내릴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운용사:"저희도 내리고 싶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운용사의 현실입니다."


금융당국이 펀드판매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선 지 한달째, 운용사와 판매사들은 미동조차 하고있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판매사내 자체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수수료 차등화 조치를 내렸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으로 현재 참여한 운용사는 전무한 상태다. 수수료 차등화란 운용사가 판매수수료를 확정하지 않고 일정 범위를 부여함으로써 판매사간수수료 경쟁이 나타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다.

그러나 차등화를 명시한 펀드신고서는 '희귀물'이 되고 말았다. 신규펀드는 물론 기존펀드에서도 판매수수료의 차등화는 '강 건너 불구경'식으로 전락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펀드 뿐만 아니라 신규펀드 역시 차등화 정책을 적용하는 상품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절차가 복잡하지도 않은데 바뀌지 않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변화의 불씨를 당길 수 있는 운용사들의 하소연은 이렇다. 강력한 영업망을 가진 주 판매처의 거대 은행들의 입김이 워낙 거세다 보니 나서서 수수료 차등화를 적용하기가 힘들다는 것. 심지어 은행의 권력에 휘둘려 독점판매처를 지정, 수수료 경쟁이 애초에 일어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펀드까지 나타났다.

현재 국내 판매사 72곳의 판매 보수 평균은 0.69%로 실제 운용을 담당하는 운용사 보수에 비해 1.6배나 많은 것이 현실이다.  판매사 창구를 통한 펀드상담 서비스제공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용도 잘 모르고 등록했던 투자자들이 갑작스레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속출한 '반토막펀드'를 지켜보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아픈 추억을 되새겨보자. 턱없이 높아진 판매수수료에 대한 조정과 함께 사전 및 사후서비스 경쟁은 자유시장 경제의 철칙이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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