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왕국 미국과 일본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신차 판매 실적에서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지역에 추월 당한 것.
2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상반기 미국과 일본 지역을 합한 신차 판매는 전년에 비해 31% 감소한 699만대를 기록했다. 반면 브릭스 지역은 러시아의 판매가 전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음에도 중국의 선방으로 2% 증가한 931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중국은 609만대가 판매돼 브릭스 지역이 미국과 일본 시장의 실적을 훌쩍 뛰어넘은 데 지대한 역할을 해 명실공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임을 각인시켰다.
중국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한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진작책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농촌 지역 거주자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나 낡은 자동차를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배기량 1.6ℓ 이하급 소형차를 구입할 때에는 구매세의 절반을 깎아주는 등 대대적인 '가차하향(家車下鄕)'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덕분에 6월 신차 판매도 전년 동기에 비해 36%나 급증하는 성적을 거두는 등 금융위기 여파로 얼어붙은 자동차 시장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신차판매 전망치를 당초 1020만대에서 110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같은 기간 브라질의 신차 판매 역시 정부의 자동차 업계 부양책에 힘입어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반기 브라질 시장에서 신차는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139만대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12월 브라질 정부가 자동차세를 낮춘데다 금리 인하와 금융기관들의 대출 조건 완화로 소비심리가 크게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올해 신차 판매가 전년보다 4%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반면 중국과 나란히 주요 신흥시장으로 꼽히고 있는 인도와 러시아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인도의 상반기 신차판매는 105만대로 전년보다 4% 줄었다. 자동차론 기준이 강화되면서 수요가 한풀 꺾인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부진을 바닥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은 브릭스 국가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러시아의 신차 판매는 불황에 따른 소비자들의 수입 감소와 금융기관들의 대출 기준 강화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무려 49%나 감소한 76만대에 그쳐 성장이 유망한 브릭스 국가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했다.
하지만 신문은 이들 브릭스 국가 대부분이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원동력으로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다며 향후 자동차 메이커들은 신흥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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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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