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종목블랙박스]수출입국, 뜰 종목은?

1970년대 '잘 살아보세'란 새마을 운동 구호와 함께 가장 많이 회자된 경제 구호는 수출입국(수출을 통한 나라세우기)이었습니다. 워낙 팔 물건이 없다보니 여성들의 긴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30여년. 한 세대가 지난 후 대한민국은 나라 이름처럼 큰 나라가 됐습니다. 무역규모로 세계 10위권을 다투고, 휴대폰, 반도체, 조선 등은 세계 1위 나라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가 봅니다. 주위에는 이태백부터 사오정까지, 세대별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1970년대 개발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전문경영인 출신 대통령이 수출에서 다시 해법을 찾으려는 건 당연한 선택일까요. 지난해 촛불 정국을 야기하면서까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부쳤던 정부가 또 다른 거대시장 EU(유럽연합)와 FTA를 사실상 타결했다고 합니다. EU는 국내총생산(GDP)이 16조6000억달러로 미국(13조8000억달러)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자 우리나라에는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교역파트너입니다.


이 소식에 증권가는 환영 일색입니다. 우리 증시에 상장돼 있는 주요기업들이 대부분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FTA에서 가장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이는 업종이 한국산업의 주력인 자동차와 전기전자 업종입니다. 물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낙농제품 등 농업분야는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이 워낙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계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유럽도로를 달리는 국산 자동차


강남대로를 달리는 적지 않은 수의 독일제 명차들을 생각하면 EU와 FTA가 과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도움이 될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쪽에 좀더 유리할 것으로 해석합니다. FTA가 체결되면 수출과 수입이 모두 늘겠지만 우리의 수입관세는 8%로 EU의 10%보다 낮아 관세표지 효과가 우리쪽이 더 크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관세가 철폐되면 가솔린엔진 중형승용차, 디젤엔진 중·대형승용차의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LG경제연구원은 한국산 자동차가 중국과 일본차에 비해 10% 이상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됐다며 자동차산업의 수혜를 점쳤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특히 관세율이 높았던 트럭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업체 뿐 아니라 부품업체들에게도 EU와 FTA는 호기입니다. 자동차 부품 수출품목의 96%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기 때문입니다. 현대모비스, 성우하이텍, 세종공업 등 우량 부품업체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은 대목입니다.


BMW를 국내에 수입해 와 파는 도이치모터스도 수혜업체로 꼽히는 종목입니다. 많은 외국계 자동차 딜러들이 있지만 상장돼 있는 종목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도이치모터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많은 수출주와 달리 자동차 수입주는 도이치모터스가 유일하다시피 하니까요. 실제 하이투자증권이 도이치모터스에 대해 한-EU FTA의 최대 수혜주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 전자·섬유 등은 수혜. 그러나...


21세기 한국수출의 첨병인 전기전자 업종 역시 FTA가 반가운 업종입니다. 가전제품의 경우, 최고 14%나 되는 관세를 피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이미 유럽현지에 생산 및 물류거점을 확보한 상태라 FTA에 따른 실익이 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휴대폰에 부과돼 온 관세를 피할 수 있는데다 노키아, 지멘스 등 유럽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한국산 부품을 수입할 가능성은 높다고 합니다.


섬유, 특히 화학섬유쪽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화학섬유원사에 대한 관세 4~12%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면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화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류시장은 사정이 다릅니다. 우리가 8~13%씩 부과하는 EU의 명품 브랜드 의류에 대한 수입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EU가 상대적으로 강한 반도체 생산장비와 전자 의료기기 등 정밀기계와 일반기계, 화학업종은 타격을 받을 업종들입니다. EU는 식품 가공기계, 종이 제조기계 등 13개 품목에서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학산업도 전 세계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낙농업과 양돈업도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입니다. 한·EU FTA 타결 15년뒤부터 이로인한 농산물 피해규모는 3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현재 돼지고기는 EU산 수입농산품 1위 제품입니다. 가뜩이나 국내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유럽산 낙농제품들의 입지도 더욱 굳어질 것입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