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백신을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이 한국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일찌감치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자사 제품 홍보에 나선 상태다. 정부가 나랏돈으로 백신을 대량 구매할 태세여서 이를 따내기 위함이다.
신종플루 백신개발을 가시화 한 제약사로서, 한국 정부와 접촉하고 있는 회사는 줄잡아 4∼5곳 정도로 파악된다. 국내사로는 녹십자가 유일하게 포함돼 있다.
이들의 첫 목표는 182억원 규모 조달시장이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추경예산 182억원을 확보해 130만명분의 신종플루 백신을 구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업계에선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백신공장 건립을 지원한 녹십자를 우선 구매 대상자로 선정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소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정부쪽에서 백신을 만들라 말라, 구매하겠다 아니다라는 아무런 약속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단지 녹십자 제품을 정부가 우선적으로 사줄 것이란 믿음만 가지고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외국계 제약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세계 최초로 백신개발에 성공했다는 스위스계 N제약사측은 "하반기부터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정부와 구매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계 G사측도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해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많은 국가 정부가 물량 확보를 제안한 상태"라며 "한국 정부와도 관련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장 7월부터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힌 미국계 B제약사는 더 적극적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설령 182억원 시장을 차지하지 못해도, 정부가 결국 추가구매를 결정할 것이 뻔하므로 사전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확보된 예산 182억원으로는 전인구의 2.3%가 접종할 물량밖에 구매할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영국이나 일본 등 국가는 전인구 혹은 최소한 70% 수준의 백신확보를 추진중이라 한국 정부도 이를 따라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실제 정치권에서도 가을철 신종플루 제2유행을 대비해 최소 30% 수준의 백신확보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백신 구매예산은 수천억원대로 늘어날 수 있고, 제약사들 입장에선 '돈잔치'가 시작되는 셈이다.
제약사들은 들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다소 미지근하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 대응센터장은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현재 제약사들에게 구매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으며, 특성상 그렇게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추가 예산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구매 물량을 결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뜻으로 들린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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