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 등 이통사 위피폰에 치중...위피 기반 콘텐츠 수익 포기 못해
외산폰의 국내 진입을 가로막아온 '위피(WIPI)' 장벽이 사라진지 두 달이 지났지만 국내 휴대폰 시장은 여전히 '위피폰 일색'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이통사들이 '논(Non) 위피폰' 출시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면서 '위피 폐지'로 국내 이통시장의 폐쇄성을 해소하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을 무색케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텔레콤 3사는 지난 4월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 탑재 의무화가 사라진 이후에도 '논 위피폰' 출시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올해 50~55종의 휴대폰 단말기를 선보이는 SK텔레콤측은 "위피 탑재 의무화가 폐지됐지만 국내 이통사의 콘텐츠가 모두 위피 기반이어서 당장 논위피폰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현재 판매하고 있는 림(RIM) 블랙베리의 경우,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논위피폰이지만 '기업용'이어서 성격이 다소 다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휴대폰 단말기 가운데 논위피폰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며 당분간 위피폰에 치중할 뜻임을 내비쳤다.
6월1일자로 KTF를 품어안은 KT도 연내 40여 종의 단말기를 선보일 예정이지만 논위피폰은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관계자는 "논위피폰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당장 논위피폰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귀띔했다.
LG텔레콤도 올해 선보일 25여종의 단말기가 모두 위피폰인 것으로 확인됐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무선 인터넷 단말기가 위피 기반으로 제작된 탓에 위피폰 중심으로 단말기를 출시할 수밖에 없다"며 "위피 탑재 의무화 정책이 폐지됐지만 상당기간 논위피폰을 선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피는 국내 무선인터넷산업의 진흥을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됐지만 외산폰의 국내 진입을 막는 등 국내 이통시장의 폐쇄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개정안을 의결, 지난 4월1일부터는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휴대폰 단말기도 국내에서 유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작 이통사들이 논위피폰 출시에 부정적 행보를 보이면서 방통위 개정안은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놓이고 있다.
이통사들의 이같은 태도는 기존의 위피 기반의 무선 인터넷 환경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현재 SK텔레콤와 KT, LG텔레콤은 각각 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 등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자신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수익률이 떨어지는 논위피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며 "올해는 물론 향후 몇년간 국내 이통 시장은 위피 중심으로 굴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피만 폐지하면 이통시장이 당장이라도 개방될 것처럼 호언장담했던 방통위도 한발 물러서는 형국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그동안 위피가 구축해놓은 지배력이 단숨에 무너지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위피 탑재 폐지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서서히 효과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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