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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외산폰의 무덤

노키아 등 글로벌 휴대폰 국내서 판매 부진...위피 영향으로 현지화 실패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 내로라 하는 '휴대폰 명가(名家)'들이 앞 다퉈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시원찮은 성적으로 자존심에 생채기가 난 채 숨을 죽이고 있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말부터 각국의 외산폰이 잇달아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는 제품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SK텔레콤이 지난 해 말 출시한 캐나다 림(RIM)사의 블랙베리 볼드의 경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용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지만 현재까지 판매고는 2000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 달 16일 국내에 선보인 대만 HTC 터치다이아몬드의 경우, 한달간 500여대를 판매하는데 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외산폰, 국내서 마이너로 전락 
외산폰이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시장에서 이처럼 바짝 엎드려 있는 것은 한국 특유의 내수시장 보호정책으로 인한 현지화 실패와 국산폰의 위세와 텃세에 짓눌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990년대 초반 미국산 모토로라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다가 1995년 삼성전자에 처음 역전당한 뒤 그 위세가 급속히 약화된 이후 외산폰은 이제 한국 시장에서는 '마이너리거'로 전락한 셈이 됐다.
 
반면, 삼성전자 T옴니아의 경우 100만원 정도의 고가폰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11월말 출시후 4개월여 만에 7만5000여대를 판매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고, LG전자 쿠키폰(59만원)은 지난 3월 출시된지 한달만에 판매고가 10만대에 이르는 등 국산폰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외산폰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집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바닥을 기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은 '50 대 30 대 20'의 점유율로 사실상 국내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다양한 국적의 휴대폰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유럽이나 북미, 중국 시장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며 "특히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의 고향 핀란드조차 시장의 30% 정도를 외산폰들이 차지하는 점을 떠올리면 한편으로 국내 시장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 위피 정책 여파로 국내 시장 적응 쉽지 않아 
국내 시장이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로는 우선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를 꼽을 수 있다. 비록 올해 4월부터 위피 탑재 의무화가 폐지됐지만 이 제도는 그동안 국내 휴대폰업체에는 독점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 반면 외산폰에는 한국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외산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피 때문에 한국산 휴대폰은 자생력을 갖게 된 반면 외산폰은 한국 시장의 소비자 취향 등을 제대로 경험할 수 없는 등 제약이 적지 않았다"면서 "2005년 도입된 위피가 최근 의무화 탑재라는 굴레를 벗어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외산폰이 한국시장에 적응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외산폰들은 벌써부터 현지화가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의 경우, 키패드의 세미콜론(;) 부호를 중복 표기하고 음영지역에서 수신율이 떨어지는 등의 약점을 국내 시장에서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노키아 6210의 경우도 기대를 모았던 지도서비스가 국내법과 상충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지 않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DMB기능을 외산폰들이 탑재하지 않은 점도 현지화 역행 사례로 지적된다. 결국 한국시장에서의 경험 부족이 현지화 전략 부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고환율로 비슷한 기능의 국산폰보다 외산폰의 가격이 비싸고, 국내 이통사와의 지루한 협상으로 글로벌 출시보다 한참 늦게 국내 시장에 외산폰이 출시되는 구조적 문제도 외산폰의 경쟁력 저하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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