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 강세가 주춤한 틈을 타 활동을 재개한 '와타나베 부인들'이 사실은 엔화 강세를 부채질한 주범이라고 일본은행이 지목했다. 이들은 '군중심리'에 의해 환율 시장을 지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행은 4일, '캐리 트레이드와 환율변동-금리 변동이 시장 참가자의 리스크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7년 여름 이후 급격한 엔화 바람을 타고 저금리의 엔화를 조달해 해외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 강세를 더 부추겼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3월 일본 경제가 2분기째 2자리대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금융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유럽보다 심각한 침체를 보였다. 이는 일본 경제가 원래 외수 의존도가 높은 데다 세계 경기 악화와 엔화 강세, 수출까지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행은 특히 엔화 강세가 수출 침체로 고전하는 기업들의 실적을 한층 더 악화시킴에 따라 '와타나베 부인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엔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구축되면서 고금리 통화의 가치 상승과 엔화의 가치 하락을 가져오는 한편, 금융 위기 이후에는 상황이 반전돼 고금리 통화의 가치 하락과 엔화 가치가 급등하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격은 2007년 7월에 달러 당 124엔대의 최저치를 기록한 후 최근에는 96엔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이어 보고서는 투자 통화와 조달 통화의 금리 차가 크고, 캐리 트레이드의 초과 수익이 클수록 향후 투자 통화의 급락 리스크가 높아짐에도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은 '군중심리'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7년 여름까지 금리 차나 초과 수익이 확대되자 헤지펀드 등의 투자자들의 군집 행동과 리스크 선호는 극에 달했다는 것. 결국 투자 통화의 급락 리스크를 과소평가해 엔캐리 포지션을 확대시켰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2007년 여름 이후부터 시작된 금융 위기를 계기로 투자 통화가 급락해 초과 수익이 감소로 돌아서자, 투자자들의 리스코 선호 움직임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불렀고 결국 엔화 강세를 부추긴 셈이다.
일본은행은 이러한 행동들이 단기적으로는 경기나 자산 가치를 끌어 올릴 수는 있지만 이후에는 한층 더 엄격한 조정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재차 나타냈다고 경고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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