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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토크]바이엘의 물 건너온 과대광고

지난 3월 미식품의약청(FDA)은 제약사 바이엘(Bayer)이 TV광고를 통해 피임약 '야즈'의 효능을 과대광고 했다며 광고를 중지시키고 정정방송을 명령했다. 바이엘은 이를 따랐다.

그로부터 한달 후, 바이엘은 미국서 철퇴 맞은 과대광고의 메시지를 한국에 그대로 상륙시켰다. 정도는 더 심해졌지만 한국 식약청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야즈는 피임약이면서 월경전불쾌장애(PMDD) 개선 효과를 갖고 있다. PMDD란 생리가 시작되기 전 심한 수준의 우울감, 신경과민, 긴장 등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가진 여성의 절대 다수는 PMDD가 아니라 이보다 훨씬 가벼운 증상을 일컫는 월경전증후군(PMS)에 속한다. 야즈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PMS 개선으로 허가받지 않았다.

바이엘 입장에선 소비자들이 PMDD와 PMS를 헷갈려 작은 증상에도 약을 먹도록 유도하고 싶었을 것이다. 바이엘의 이런 시도는 미FDA에 의해 즉각 중지됐다.

다시 한국 상황을 보자. TV광고는 아니만 지난 4월부터 쏟아진 회사측 보도자료는 PMS와 야즈를 직접 연결시키고 있다. 자료에서 바이엘은 "많은 여성들이 PMS를 겪으면서도 의사를 찾지 않는다"며 '즉각 병원으로 달려가 야즈를 처방받으라'는 식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물론 야즈를 먹으면서 담배를 피면 위험하다는 사실과 야즈는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혈관질환 뿐 아니라 간종양, 담낭질환, 고칼륨혈증 증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는 정보는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료 끝머리에 '야즈는 PMDD 개선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표시해 교묘히 법망을 피해갔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바이엘이 이렇게 과감한 과대홍보를 할 수 있는 건 무리한 마케팅전법으로 사고치기 좋아하는 회사의 습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문가 단체의 역할도 한 몫 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바이엘의 홍보대사를 자청이라도 하듯 보도자료를 내, '야즈는 PMS 완화효과를 인증받았다'는 아예 잘못된 정보를 흘렸다.

회사측 자료였다면 당연히 약사법 위반이지만 전문가단체 명의인 만큼 법적 문제를 피해갈 수 있으므로, 바이엘이 이를 알고도 방치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야즈가 갖고 있다는 여드름 개선효과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깨끗한 피부'를 약속한다는 식의 TV광고는 과대광고로 판명났다.

일부 제약회사들이 자사 의약품의 좋은 점만을 집중 홍보하거나, 과학적인 이미지를 빌어 마치 모든 게 증거에 기반한 척하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며 타 회사에게도 피해를 주는 못된 버릇이다.

사람들이 제약회사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리베이트 때문 만은 아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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