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해운사 “굳이 비싼게 평가 안 바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선박펀드를 통해 건조된 지 15년 이내 선박만 매입키로 결정하면서 선박 시가평가를 두고 금융권과 캠코 및 해운사 간의 미묘한 대립각이 형성되고 있다.
해운사와 캠코는 선박 평가금액을 무리해 가며 높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대출금에도 못 미치는 평가금액이 나올 경우 그만큼 책임부담이 커지는 금융사는 가능한 평가금액을 높게 받기를 원하고 있다.
캠코 및 금융업계,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캠코는 29일 선박 매입 공고를 내고 '시가평가위원회' 설치를 추진 중이다.
선박 가치를 평가하는 임무를 맡은 이 위원회는 선박금융 관계자와 선박매매(S&P) 전문가, 회계사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해운사와 채권단, 캠코 등이 협의해 다중평가를 거쳐 합리적인 매각대금이 산출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지금 매각하는 선박을 향후 재구매하려는 해운사들이 많아 지금 비싸게 팔면 그만큼 추후 다시 비싼 값을 치르게 된다"며 "시가평가가 높든 낮든 장단점이 모두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사에 따라 다소 사정이 다르지만 부족한 유동성을 수혈받는 수준 이상의 매각대금을 받을 경우 당장 지불해야 할 선박리스료 부담증대는 물론이고 추후 업황이 좋아져 캠코로부터 선박을 재매입을 추진할 때도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캠코 관계자도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매각대금을 제시할 것"이라면서도 "당장 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선박 시가평가를 높이 해버리면 결국 국가 전체적으로 잠재부실을 키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선박 시가평가 위원회에는 이해관계자를 배제할 계획이기 때문에 해운사나 금융사의 경우에는 평가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고 가격이 정해 진 후 선박 매각여부는 전적으로 해운사들 결정에 달렸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은 손실분담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선박매각대금이 대출금에 못 미칠 경우 채무재조정이나 출자전환을 할 수 밖에 없어 그만큼 부담이 더 커지게 돼 시가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입장차이에 대해 일단 회계법인은 캠코 및 해운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형국이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은 공정한 가격평가를 원칙으로 하지만 통상적으로 고용인(캠코)측의 주장에 합당한 논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선박 매매 양대 주체인 캠코와 해운사들의 입장이 비슷하다면 이를 충분히 반영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캠코는 1차 선박 매입 실무작업을 위해 다음달 6일까지 회계 및 법무법인들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아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