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불황과 환경 변화, 저출산, 고령화로 소비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그 동안의 대량소비 풍조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데다 핵가족화하면서 소비 규모도 줄어드는가 하면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쓰레기 처리도 난감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들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다고 해서 기업들도 생존을 포기해선 안 된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25일 최신호에서 업종별 '물욕(物欲)이 사라진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유통업계, 소비자들의 장롱을 비워라 = "소비자들은 돈이 없어서 안 쓰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세븐앤아이홀딩스 스즈키 도시후미(鈴木敏文) 회장의 말이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토요카도는 이를 역이용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토요카도는 소비자들이 안 쓰는 제품들을 역매입하기로 하고, 5000엔어치 이상 구입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구제품 1점당 1000엔씩에 매입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반짝행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안쓰는 물건을 사준다는 말에 홀린 고객들이 가격표도 안 뗀 명품 가방과 고급 의류들을 들고 나오며 고맙다는 인사까지 하더라는 것이다.
이토요카도 측은 "매입 제품 수는 당초 10만점에서 최근에는 100만점까지 늘었다"며 "행사 이후 매출도 급격히 늘어 냄비의 경우는 전년보다 30%, 프라이팬은 60%나 늘었다"고 밝혔다. 다이마루, 마쓰자카야, 소고, 세이부 등 대형 백화점들도 동참하고 있다.
◆가전업계, 제품 체험기회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라 = "물욕이 사라진 소비자들은 새 제품을 사러 매장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파나소닉은 고객이 오길 기다리지 않고 그들을 유혹하러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다. 파나소닉의 이른바 '드림카'는 대형 TV와 IH 키친, 맛사지체어 등 테마별로 제품을 싣고 파나소닉의 지방 매장을 돌며 공공장소 등에서 제품을 홍보한다.
예를들어 자녀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즉석에서 자사 캠코더로 찍어 거리에 있는 드림카에 실린 대형TV 화면에 띄운다. 자식이 화면에 나온 것을 보고 기뻐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이는 곧장 매출로 이어진다는 것.
파나소닉 측은 "아무리 신제품이라도 매장에만 놓여 있으면 팔리지 않는다"며 이동식 전시공간인 드림카를 기획한 의도를 설명했다. 현재 일본 전역에는 70대의 드림카가 활동하고 있다.
◆렌터카, 있는 자산을 적극 활용하라 = 렌터카 사업을 하려면 자동차와 자동차를 세워둘 부지, 사무실 등 준비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토추그룹 산하 이토추 에넥스는 이 모든 것을 간단히 해결했다.
이토추 에넥스는 각 영업소는 산하 주유소의 한 켠을 사무실과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고, 차량은 주유소에서 가끔씩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중고차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다른 렌터카 업체보다 60% 저렴한 가격에 렌터카를 제공, 놀리는 자산으로 짭짭한 수입까지 올릴 수 있었다.
◆부동산개발업계, 하나를 둘로 나눠라 = 주택 업계에서도 '물욕이 사라진 소비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사업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로 세대 구성원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나온 발상이, 새로 집을 지을 경우 원래 한 채가 들어서 있던 부지에 2채의 집을 짓는 것이다. 건축주가 고령 세대라면 한 채는 부부가, 나머지 한 채는 세를 주어 새로운 수입원을 가질 수도 있다.
일본 수도권 지역에서 1부지 2주택 건설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부동산개발업체 란덱스는 "저출산 고령화로 최근 2~3인 가족이 늘고 있어 대가족을 전제로 한 넓은 집은 필요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란덱스는 작년 상반기까지는 적자였지만 이 사업 덕분에 2008년도 전체로는 2400만엔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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