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이어 황금에스티도 이전 추진
성장성 메리트 감소...수익률 하락 많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이 코스피 시장으로 속속 옮겨가면서 '탈(脫) 코스닥'에 대한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이전에 따른 기대 효과가 미미하다며 무조건적인 시장 이동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한편 업종 특성에 따라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키움증권에 이어 스테인리스 강판 전문 가공업체 황금에스티가 최근 코스피 이전 방침을 정하고 일정을 추진 중이다.
황금에스티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코스닥 시장 상장 폐지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내달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피 이전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이사회를 통해 코스피 행(行)을 결정한 키움증권은 이틀 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주권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했다. 박상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키움증권의 경우 증권 업종에 속하기 때문에 코스피 이전이 틀린 부분은 아니지만 여타 독보적 기술력을 지닌 코스닥 기업이 옮기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장사의 코스피 이전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주가 상승력이 부족한 데다 수급 개선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연우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기업들이 이전을 시도하는 이유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급 여건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코스닥 종목들은 개인 비중이 높은 탓에 변동성이 크거나 급락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안정적 대응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수급 개선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투자자들에게 코스닥 종목이었다는 인식이 사라지는데 시간이 필요해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코스닥 상장사란 이유로 저평가 받는다는 얘기가 있지만 거래소로 옮기더라도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스닥에서는 타 종목 대비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높았지만 코스피로 옮기면서 벨류에이션에 대한 메리트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정보 제공 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로 옮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LG텔레콤 부국철강 NHN의 경우 각각 -36.58%, 10.13%, -32.83%, 54.37%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부국철강과 NHN의 경우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엔 1조원이 넘던 시가총액이 7000억원 대로 급감했고 외국인 보유 지분율도 오히려 -3.42%p 감소한 2.65%를 기록 중이다. NHN의 외국인 지분율은 4.38%p 늘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거래소로 이전되면 주가에 큰 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어느 시장에 속해져 있느냐가 아니라 실적과 기업 펀더멘털이 주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라고 조언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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