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가 올해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과다하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왔던 헤지펀드 업계도 최근 수수료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시장 급등으로 수익성 회복
헤지펀드 전문 분석업체인 헤지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가파른 손실을 경험했던 헤지펀드들은 올해 4월말까지 4.2%대의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시장 급등으로 인해 일부 펀드들은 지난 4월에만 약 30%대의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헤지펀드 업계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의 환매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만일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장세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었던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좀 더 긍정적인 자세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51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 그린라이트 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대표도 더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라이트 캐피털은 지난해 22.7 %의 손실을 기록한 뒤 올해 1분기에 4.4%의 순익을 기록했다.
그린라이트 캐피털은 지난 1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잘못된 매수는 약세장에서 작은 문제에 불과하지만 잘못된 매도는 강세장에서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더 낮은 가격에 사들여 되갚는 공매도 투자 역시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올해 4월까지 주식투자에 집중했던 펀드들은 평균보다 높은 6.1%대의 수익을 기록했다. 오디 애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핀 오디 대표는 4월에만 30%대 수익을 기록했다. 그는 바클레이스, RBS, 등 영국내 은행업종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은행주들이 부실채권의 부담이 제한되면서 점차 수익성이 부각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디는 지난해에도 하락장에 배팅해 10.9%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이밖에도 글렌뷰 캐피털의 로렌스 로빈스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49%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 4월까지 26% 회복했다. 랜스던파트너스의 윌리엄 드 윈턴 펀드매니저도 지난해 14.9%의 손실을 낸 뒤 올해 4월까지 20%대의 수익을 기록했다.
◆ 헤지펀드, 수수료 인하 나섰다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과다하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왔던 헤지펀드 업계가 최근 수수료를 낮추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헤지펀드 업계의 부진으로인해 투자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투자자들의 불만도 증폭되며 헤지펀드들의 순익도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개 주요 헤지펀드는 그동안 기본적인 수수료로 통용됐던 2%의 거래수수료를 1%~1.5%대로, 20%의 실적수당을 10%로 각각 낮췄다고 밝혔다. 그동안에도 일부 특별투자자들은 이같은 유리한 조건을 적용받아왔으나 최근에는 이같은 우대조건을 적용받는 특별투자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키네틱스 파트너스의 크리스 롬바르디 이사는 일부 펀드들이 금융위기 때 환매를 하지 않는 대신 수수료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환매하지 않는 대가로 수수료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레고어 캐피탈의 가이 해즐만 대표는 "현재 수수료가 낮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낮아질 것"이라며 "펀드들은 지속적인 투자자금을 원한다"고 말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오랫동안 업계 표준수수료(2%의 거래수수료와 20%의 실적수당)가 적용됐으나 현재 이같은 수수료를 내는 투자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 연금펀드들도 최근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최대규모 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주 공무원 연금)는 최근 26개 운용사에 실적이 좋지않을 경우 수수료를 인하하라는 내용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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