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특혜에 대한 언급 없이 막연히 뇌물을 요구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고법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창석 부장판사)는 알선 뇌물요구 혐의로 기소된 서울 모 구청 세무과 공무원 A씨의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07년 7월 "세금 등 문제가 생기면 동료들에게 부탁해주겠다"며 북창동의 한 유흥업소 사장에게 1000만원을 달라고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먼저 뇌물을 요구해 죄질이 좋지 않지만 실제 돈을 받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이를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수수 명목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며 뇌물을 주는 자가 받는 자에게 잘 보이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건 내용을 보면, 피고인이 1000만원을 요구한 명목은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영업허가 등의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전제로 한 것이고 당시에는 실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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