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과 세계적 제약사 머크(Merck)가 체결한 고혈압약 관련 양해각서의 구체적 실행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미약품이 개발한 '개량신약'이 머크의 도움을 받아 글로벌 제품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감지된다.
22일 양사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미국 머크(Merck)사의 한국지사 한국MSD는 각각 '아모잘탄정'과 '코자XQ정'에 대한 품목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최근 획득했다. 두 약은 모두 '아모디핀'과 '코자'라는 두가지 고혈압약을 합한 동일한 복합제다.
이 복합제의 원개발사는 한미약품지만, 지난달 체결된 양해각서 내용에 따라 양사가 공동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앞으로 MSD는 코자XQ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한미약품에 제공하겠지만, 중요한 의미는 그 이상이다. MSD가 코자XQ에 대한 글로벌 판매를 추진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렇게 되면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자사 제품을 세계 무대에 진출시키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MSD 관계자는 "(코자XQ를 한국 이외 지역에서 개발, 판매하는 방안에 대해)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지만 머크 본사와 아시아태평양 본부가 한미약품 복합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글로벌 판매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해외 지사의 단독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 다국적 제약사의 특성상 외국 발매는 당연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MSD에게는 코자XQ를 주력품목으로 성장시키는 것 외,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별로 없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현재 고혈압약의 대세는 아모디핀이 속한 'CCB 계열'과 코자가 속한 'ARB'의 복합처방인데, MSD에겐 코자와 복합할 수 있는 CCB 약물이 없다.
화이자가 원천 보유한 관련 CCB 약물 특허가 만료되기를 기다리자니 앞으로 3∼4년 간 시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한미약품과의 파트너십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MOU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협의중으로 밝히기 곤란하다"며 "글로벌 판매에 대한 가능성 등도 우리가 언급할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MSD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약을 MSD 이름으로 판매해도 손색이 없을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자료심사, 현장방문 등을 실시했고, 최종적으로 약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MSD측은 설명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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