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섭의 꽃예술과 조경 이야기]
정원은 기하학적인 형태부터 불규칙한 자유형태까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정원은 인공적인 건축공간에 자유곡선 형태의 식물을 배치해 디자인하게 된다. 식물을 식재하게 되면 건물의 딱딱함을 완화시켜주고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해준다.그러나 지나치게 다양한 형태의 정원 요소들과 식물의 혼재는 오히려 무질서라는 역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건축물 및 주변 환경과의 조화와 통일성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식물을 식재할 때도 색 대비, 높낮이, 넓이 등 생태환경에 맞게 배치를 해야 한다. 식물 식재 시 보다 환한 실내 환경 조성을 위해 같은 녹색이라도 명도가 높은 밝은 녹색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질감은 정원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잎이 작고 고운 질감의 수종으로 조성된 정원은 차분하면서도 안정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반대로 잎이 크고 거친 질감의 수종으로 조성된 정원은 동적이면서 활기찬 느낌을 준다.
지나치게 여러 종류의 구성요소가 혼재되면 다양성은 높아지지만 시각적 혼란스러움으로산만한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건축공간과 어울리게 다양성을 낮추는 대신 단순함을 강조해 간결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게 바람직하다.조형물이 강조된 공간의 경우 정원을 단순하게 조성해 상대적으로 조형물을 돋보이게 하는 게 좋다. 반대로 식물의 다양성이 높은 정원에서는 시설물의 형태나 색채를 단순화시키고 종류와 수량을 제한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결론적으로 식물의 형태, 색채, 질감 등을 고려하면서 균형과 조화, 비례, 강조, 대비 등을 통해 정원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같은 실내 공간에서도 공간 성격에 따라 다른 디자인을 적용해야 한다.사무실 휴게공간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서 동시에 시각적인 초점의 대상이 되기에 킹벤자민, 고무나무, 비로야자, 휘닉스 야자 등 수형이 아래로 향하는 수종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수형이 아래로 흐르는 식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과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또 휴게 및 만남의 기능을 가진 공간은 머무는 시간이 길고 실내정원을 감상하는 시간과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수종과 경관을 고려해 정원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백화점 등 상업공간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가 상품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매장 내부에 흰색이나 미색계통을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진열된 상품을 최대한 노출시키면서도 매장 내부를 고급스럽게 연출하는 조경 디자인을 적용해야 한다.
조경 작업 시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자연과의 친화성이다. 자연을 우리 가까이에 끌어오는 것인 만큼 지나칠 정도로 인위적이어서는 안된다. 인간의 손길이 닿아있는 것이기에 완전한 자연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급적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식물 생태학적인 접근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필자는 재작년 여름 경기도 모 신문사 옥상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큰 실망감을 느끼고 돌아온 적이 있다. 옥상에 하늘공원이라는 것을 조성했는데, 식물 생태학적인 측면을 무시한 채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정원을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야외 조경물만 설치해 놓은 데다 옥상조경에 결코 적합치 않은 잔디를 식재해 놓은 것을 보고 우리나라 조경 현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바짝 바른 바닥에 군데군데 심어진 잔디가 제대로 자랄 턱이 없다. 잔디는 적절한 배수와 수분공급이 필요한 까다로운 식물이다. 막대한 비용만 고스란히 날렸다고 생각한다.우리 주변에 있는 건물 화단을 한번 유심히 들여다보자. 식재된 수종이 대부분 획일적이고, 화단 모양도 너무나 단조로운 형태를 하고 있다. 일부 화단의 경우 조화로 눈속임을 해놓은 곳도 있다.
보면서 심리적인 위안과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화단이 아니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시각적 폭력을 행사하는 곳들이 많다. 연못이라고 만들어 놓았지만 수초 하나 띄우지도 않은데다 산소 공급을 위한 분수나 수질 정화 장치를 설치해 놓지않아 물이 썩어 들어가는 경우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조경 작업 시 무엇보다 예술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이것저것 마구 심어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색채 구성에 있어서도 친환경성을 유지해야 한다. 가급적 백색, 갈색, 녹색 등 자연 친화적이면서 시각에 거스르지 않은 색깔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물군의 적절한 배치도 고려해야 한다. 수생식물은 수생식물끼리, 건식은 건식끼리, 음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끼리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또 같은 성격의 식물들의 경우 여기저기 분산 배치하는 것보다는 군락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사람도 끼리끼리 어울리듯 식물도 같은 종끼리 한곳에 모아 식재하면 보기도 좋고, 식물 식생에도 도움이 된다.
송광섭 기자 songbir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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