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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오늘 나에게 무슨 질문을 던질까?

시계아이콘02분 29초 소요

[권대우의 경제레터] 오늘 나에게 무슨 질문을 던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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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기업 사장님(인지컴의 장인지 사장)이 책을 보내왔습니다. 책갈피에 짤막한 편지 한통이 끼어있었습니다. 가끔 책을 선물 받을 때가 있지만 편지까지 들어있는 경우는 드물어 꼼꼼히 읽어내려 갔습니다.


최근 그가 직원들과 나눈 얘기가 편지의 소재였습니다. 자신이 직원들과 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검증을 받아보고 싶다는 얘기도 곁들여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직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내용 중 눈길이 멈춘 곳이 있었습니다. 일본전산 이야기와 기업이념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일본전산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회사는 1973년 사장을 포함해 단 4명이 보잘 것 없는 자본금을 가지고 3평짜리 시골 창고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종업원 13만명, 8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막강한 기업이 됐습니다.

이 회사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은 독특한 CEO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밥 빨리 먹는 사람, 목소리 큰 사람, 화장실 청소 잘하는 사람 등 얼토당토않은 입사시험으로 삼류인재들을 등용했습니다. 이들의 마음을 모아 세계 초일류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자가 된 것입니다.


“남보다 두 배로 일하라” “휴일도 반납하고 일하라” “신입사원은 쉴 생각을 하지 마라” “해결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수시로 하는 경영자입니다.
그는 불황을 넘는 동력을 패기에서 찾습니다.


“어렵다고 모두 다함께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는 사람을 움직이고, 그 사람들은 또 자신을 움직여서 회사를 살려야 한다. 스피드가 5할이다. 중노동이라할 만큼의 노력이 3할이다. 능력은 1할5푼, 학력은 고작 3푼, 회사 지명도는 2푼의 값어치일 뿐이다.” 그는 이같은 원칙을 불황을 이겨내고 돈 버는 기업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는 이런 일본전산 이야기를 소재로 얼마 전 직원들에게 교육을 한 모양입니다. 명문대학 출신들을 뽑을 수 없었던 영세한 시절 경영학을 배운 사람이 들으면 포복졸도할 일본전산의 독특한 기업문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는 단순하면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하반기에는 우리 회사 이미지를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할까 합니다. 얼마 전에 일본 전산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전산이 만약 지금도 우리 회사 정도의 매출규모와 실적을 갖고 있다면 화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모양이지’ ‘보잘것없이 작은 회사가 웃기네’란 조롱과 멸시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 일류기업의 반열에 올랐기에 일본전산은 연구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이런 이유를 들며 그는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독특한 문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화시키겠다는 강한 집념을 직원들에게 피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인 글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분명한 기업목표였습니다.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는 것은 우리에게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운명입니다. 때문에 사적 차원에서나, 공적차원에서 사회기여에 해당되는 모든 활동들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합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문화-그것이 우리의 탄탄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알고 보니 인지컴의 기업이념은 ‘더 나은 세상 만들기’였습니다. 이미 매달 임직원들의 급여 일부를 떼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기관에 기탁하며 회사차원의 장애인 돕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작지만 뜻이 큰 회사’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면서도 대기업이 흉내 내기 어려운 기여문화’에 익숙해진 회사였습니다.


편지를 읽고 나서 그가 보낸 책을 잡았습니다. ‘피터 드러커 다시읽기’였습니다. 왜 하필이면 이 책을 보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런데 맨 앞부분에 답이 있었습니다. 드러커가 ‘비영리단체의 경영’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내가 열세 살 때 종교수업 담당교사였던 목사님이 물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니?”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고 목사님이 말을 이었다. “대답을 기대하고 질문한 것은 아니야. 그러나 나이 오십이 되어서도 대답하지 못한다면 인생을 쓸모없이 산 셈이 되는 거야.


오랜 세월이 흘러서 우리들은 60년 만에 동창회를 열었다. 대부분 건재했다. 너무나도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대화도 별로 없었다. 그러자 누군가 말했다. “프리글러 목사님의 질문을 기억하고 있어?”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 질문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몇 주 전 경제레터에서 ‘슘페터의 임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죽은 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슘페터는 “우수한 학생을 일류 경제학자로 키운 교수로 남고 싶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이를 본 드러커는 “인간의 삶에 변화를 일으킨 사실이 있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그때의 경제레터와 맥락은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개인에게 습관이 있듯이 기업에도 습관이 있습니다. 개인의 습관은 바로 천성이 되어 버립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물려준 천성을 압도하는 것이 바로 습관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기업의 습관은 바로 그 회사의 문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좋은 습관은 곧 사회를 이끄는 위대한 기업문화로 연결됩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모여 훌륭한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또 그 역사는 전통으로 이어지고 다시 그 전통은 비로소 문화가 됩니다.


태어난 역사가 짧은 기업이라도, 아직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라도 역동적이고 바람직한 습관을 가진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인지컴이 지금 세운 목표 그대로, 성공하는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발전하기 바랍니다.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내일이 달려있고 십년 후는 지난 십년을 어떻게 살았는가의 결과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어떤 기업으로 남겨질까? 인간의 삶에 어떤 변화를 준 사람으로 남겨질까?-이런 질문 던지며 하루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매일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면서 새로운 습관,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면 불황의 터널도 쉽게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7일은 신문의 날이었습니다. 아시아경제신문 임직원들은 오늘도 한국인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신문이 될까, 어떻게 독자의 성공을 돕는 매체가 될까 스스로에 질문을 던지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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