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카드 내밀며 구조조정 압박 동시에 측면지원 강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생사 기로에 놓인 제너럴 모터스(GM)과 크라이슬러에 강한 엄포를 놓았다. 릭 왜고너 최고경영자(CEO)를 물러나게 하는 한편 추가 지원을 보류한 것.
파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부시 행정부는 두 자동차 회사에 고강도의 구조조정 압박을 가하는 한편 자동차 판촉을 지원하는 법안 마련에 나서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Do or die =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를 수술대 위에 올린 백악관의 태도는 단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 회사가 제출한 회생안이 추가지원을 받기에는 불충분하다"며 "파산절차를 밟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구조조정을 위한 단 한 번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해 마지막 비상구의 문은 열어놓았다.
백악관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추가 지원은 없다는 것. 시한도 못 박았다. GM은 60일 이내, 크라이슬러는 30일 이내에 백악관을 만족시킬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미 정부는 업체들이 기대했던 추가지원 대신 이 기간 동안 필요한 운전자금을 제공할 방침이다.
그러나 기간 내 자구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자금 지원이 중단된다. 이는 곧 파산을 의미한다.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백악관의 의지가 예상보다 강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인 파산절차까지 언급하며 파산카드가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했다.
그는 "백악관이 뜻하는 파산은 정부 지원 하에 기존 채무를 청산하고 정상화하게 하는 '통제된 파산'을 말한다"며 "파산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가 차량의 사후보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GM과 크라이슬러에게 바라는 바는 △노조와 채권단의 추가 양보 △대부분 경영진의 물갈이 △(크라이슬러의 경우)피아트와의 제휴 △원가절감 대책 등 미국 자동차 산업 체질개선을 위한 밑그림이다.
당초 GM과 크라이슬러는 몇몇 공장을 폐쇄하고 경영진 일부를 교체하는 '적당한' 선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은 채 각각 1660억 달러와 50억 달러의 추가 지원금을 요청했다.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추가지원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백악관의 느닷없는 추가지원 거절 방침으로 시장은 충격이 휩싸였다.
백악관 발표를 전후해 릭 왜고너 GM CEO는 사의를 표명하고 클라이슬러는 피아트와의 글로벌 제휴 합의를 발표하는 등 생존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제3의 방안 대두 가능성=백악관이 두 개 자동차 회사에 엄포를 놓았지만 실제 파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높다. 후폭풍이 적지 않기 때문.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이 현실화되면 100만명의 실업자가 양산돼 실업률이 11.5%에 육박하고 부품업체들이 줄도산 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자동차산업은 미국 중산층을 일으킨 원동력이자 발전사의 상징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자동차 산업을 이대로 사라지도록 내버려 둘 수 없고 두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전문 웹사이트인 에드먼즈닷컴의 제러미 앤윌 대표가 "미국은 추가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며 "백악관의 강경태도는 이를 가능하도록 분위기를 조장하는 '쇼'일 뿐"이라고 냉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으로는 최대난제인 채권단 및 노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굿-배드(good-bad)' 부문을 분리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이들 업체를 굿-배드 부문으로 분리해 이른바 굿GM은 독립법인으로 남기고 굿크라이슬러는 피아트에 매각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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