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 심리나 기업 체감경기를 측정하는 지표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추세적인 흐름으로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과도한 경기 급락세가 완화된 데 따른 것일 뿐, 실물지표의 개선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것. 실물경기 회복의 뒷받침이 없는 소비심리 개선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짙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1일 '경제심리로 본 최근 경기진단'이라는 보고서에서 "경기 급락세의 완화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심리 지표들이 개선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실물지표의 반등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1천41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7로 전월보다 14포인트 급등했다. 매출액 상위 600개 기업을 조사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3월 BSI도 전월의 62.4에서 89.0으로 26.6포인트나 높아졌다.
하지만 기준치인 100에는 크게 미달하고 있고 기업 심리를 결정하는 변수인 매출액과 채산성도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처분 가능소득과 소득 5분위 배율, 실질주가 등의 소비심리 변수들도 그다지 나아지지 못하면서 한은의 소비심리지수(CSI)는 2월 85에서 3월 84로 소폭 하락했다.
연구소는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계속 둔화하고 있고 소득 5분위 배율은 오히려 높아지면서 소득분배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모두 오르면서 가계의 실질적인 부담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본적으로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심리 지표는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외환위기 당시 심리지표들은 실물경기보다 약 2분기 정도 앞서 바닥을 찍고 1년여 동안 꾸준히 반등했다"며 "심리지표의 개선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올해 중반께 경기 저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연구소는 "지금 계획 중인 경기부양책을 차질 없이 신속히 추진해 그 효과를 조속히 가시화하는 것이 경제심리개선 및 경기회복의 관건"이라면서 "금융안정과 내수부양에 목적을 둔 정부의 금융완화 및 확대재정 정책의 방향성은 긍정적이나, 아직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뚜렷한 정책효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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