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올해는 러시아산 명태가 더 많이 식탁에 오르는 대신 대게 가격은 지금보다 비싸질 전망이다.
올해 우리나라 어선들이 러시아 수역에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운 명태를 잡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리나라의 수사자원 협력은 양국 간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다. 바꿔말하면 그만큼 민감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명태 쿼터가 두 배로 늘어난 배경은 뭘까.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러 수산 고위급 회담에서 러시아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한국의 명태 쿼터를 4만t으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합의 이면에는 양국간 '수산물 불법교역 방지 협정'이 숨어있다.
러시아는 자국산 대게가 쿼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해바다를 통해 한국으로 불법유출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우리측에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측은 '불법어획물은 연악국에서 조치해야할 문제인데 왜 수입국인 우리보고 막아달라는 거냐'며 수동적 입장을 취했다. 당시 러시아는 방지협정을 맺으면 명태쿼터를 4만t으로 늘려주겠다는 제의를 했지만 우리측에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한러 어업위원회에서 우리가 명터 쿼터 증대에 실패한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사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측 명태쿼터는 4만t 정도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쿠릴, 오호츠크해 총허용어획량(TAC)이 증가하면서 우리측이 '정부간 쿼터를 더 배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했다가 그 이후부터 절반 가량으로 확 줄어버렸다. 나머지 부분은 수입해오는 형태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실무협상 단계가 남아있고 명태 어획시기가 7월 이후인 점을 감안하면 4만t 이상으로 쿼터가 늘어나는 시기는 올 상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쿼터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작년 러시아산 명태 수입은 규모는 18만t으로 전체 명태수입 80% 이상을 차지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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