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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의 남자’ 이광재, 검찰 칼날에 쓰러지나

특검 2번, 기소 4번째만에 구속

“여의도라는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右광재 左희정’으로 불리며 ‘이광재를 통하지 않고는 권력에 다가갈 수 없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던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6일 밤 구속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회장으로부터 2억2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 이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할 뜻까지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속으로 이 의원과 검찰과의 5년여에 걸친 질긴 악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유전사업 비리 의혹 등 2번의 특검에 소환 됐으며 강원랜드 비리 등 10차례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었다.

최근 17대 총선 전 S해운업체로부터 부인을 통해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약식기소 됐다가 정식재판으로 넘어간 상태이기도 하다.

이 의원과 검찰에 처음 ‘악연’을 맺은 것은 2003년 불거진 나라종금 사건에서부터다. 안희정씨와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이 나라종금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가 불법 대선자금 등과 더불어 측근비리로 확산된 것. 결국 2004년 1월 ‘노무현 측근비리’ 특검이 전격 수용됐다.

이 의원은 ‘썬앤문 그룹 95억원 수수설’과 썬앤문에 대한 농협 등의 대출과정 의혹으로 특검에 회부됐지만 재판부에서 모두 혐의 없음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일명 ‘오일 게이트’에 연루돼 다시 한번 특검에 소환됐다.

‘오일 게이트’는 김세호 전 차관과 왕영용 전 본부장 등 전직 철도공사 관계자들이 유전사업에 뛰어들었다 작년 11월 유전 인수계약을 해지해 철도공사에 350만달러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오일 게이트의 핵심으로 지목 된 전대월 KCO에너지 대표와 이 의원의 연루설이 대두됐다. 이 의원이 전대월 대표를 찾아가 유전사업을 밀어줄테니 선거지지를 요청했다는 것.

조사 결과 이 의원은 8개월 사이에 6차례나 유전사업을 추진하던 전대월씨를 만난 사할린 유전 인수 얘기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검찰에 소환 돼 17시간이나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지만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 의원과 검찰과의 악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검찰은 2008년 하이원 리조트 스키장 조성과정에서 공사비가 부풀려져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됐다고 보고 강원랜드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대열병합발전설비 공사계약을 맺은 뒤 공사 진행 상황을 부풀려주는 방식으로 K사가 대출을 받게 해주고 이중 일정액을 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집중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전 강원랜드 시설관리팀장 김모씨가 “강원랜드 사장이 이광재 의원 선거운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압박했다”며 “연간 100억원의 사회공헌비를 이 의원 선거운동에 지원하기 위해 이 의원과 절친한 인사를 사회공헌팀장으로 특채한 바 있다”는 진술을 했다.

그러나 소문으로만 무성했을 뿐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이 의원은 소환조차 당하지 않고 또 한번의 위기를 넘겼다.

구설수 또한 그를 괴롭혔다. 2003년 2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되지만 그것도 잠시 천정배 의원이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며 그를 강도 높게 비판, 1년도 못 돼 청와대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국정상황실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구설수들이 나돌았다. 이 실장의 측근 인사를 권력기관 핵심 부서에 집중적으로 심었다는 시비는 국정상황실장 내내 그를 따라 다녔다.

정치컨설트업체 이사가 이광재의 측근, 또는 국정상황실 직원이라고 사칭, 공기업 이사로부터 ‘공기업의 현황과 개혁과제’에 보고서를 받기도 했다.

청와대 내부 직원이 이광재 당시 국정실장을 사칭하는 일도 있었다. 이 실장을 사칭한 직원은 일부 공기업 및 산하단체장에게 ‘새 정부 국정철학에 맞춰 귀하의 단체 운영 구상이 뭔지 e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는 산하단체장들의 비리 내사와 교체가 거론되는 민감한 시기였다.

이처럼 온갖 구설수와 검찰의 집요한 공격에도 꿋꿋이 버텨냈던 이의원이 이번에도 고비를 무사히 넘겨낼지, 아니면 검찰의 칼날에 정치생명을 마감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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