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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문성근은 도전적인 배우다. 안락한 현실에 젖는 대신 매번 위험한 길을 택한다. 배우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법한 시사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맡으며 '지적인 배우'라는 단단한 이미지를 만들었고, 정치에 뛰어들어 곱지 않은 시선을 애써 감수하기도 했다.
배우는 자연인으로서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관습적인 신념에, 그는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부분은 성공했고, 일부분을 실패했다. 그러나 성공도 실패도 최종결과는 아니었다. 배우로서 긴 과정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영화 '실종'과 드라마 '자명고' 역시 그 과정 중의 한 부분이다. 마치 인자한 현인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화법으로 인터뷰에 응한 배우 문성근과의 대화를 전한다.
- 연기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고 말했는데.
▲ 20년을 연기했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김성홍 감독도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많은 고통을 받아 영화에 대한 갈증이 심한 상태였다. 갈증이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해보자고 했던 게 동력이 된 것이다. 이전까진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는데 '실종'을 통해 자유로운 상태에서 접근하는 것이 연기에 더 도움이 된다는 걸 처음 느꼈다. 압박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굉장히 편하게 연기했다.
- 지식인 악역과 비(非)지식인 악역 중 어떤 것이 더 힘든가?
▲ 지식인 악역은 약간의 변화만 주면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반면 나와 거리가 먼 캐릭터이면서 악역을 해야 하면 접근 방법에 있어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영화 '수'에 출연할 때와 비슷한 방법을 '실종'에 썼다. 맥락과 핵심만 잡고 디테일은 나중에 덧붙이는 거다. 그렇게 하니 연기가 재미있더라. 작업이 훨씬 수월했다.
- 촬영을 끝내고 차 안에 타면 지옥에서 벗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는데 연기는 편안했단 말인가?
▲ 촬영하는 동안 연쇄살인범 판곤이라는 인물에 빠져 있을 때는 편안하다. 지옥 안에 있을 때는 편안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길에 그 인물을 지우다 보면 그 인물 속에서 사는 게 지옥이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 정치 활동과 연기와는 어떤 관계가 있던가?
▲ 어떻게 하면 사실적인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건 평생의 과제다. 그러나 그 고민을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참여정부를 위해 일하다 연기로 돌아왔을 땐 그냥 돌아가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때가 연기에 대한 고민을 놓친 기간이었다. 정치인은 매우 이성적이어야 한다. 배우에게 중요한 건 정서이고 느끼는 일인데 오랫동안 이성에 집중해 있었기 때문에 연기가 쉽지 않았다. 그제서야 연기자는 무슨 일을 하고 있던지 연기에 대한 고민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기자는 몸이 악기라서 늘 튜닝을 해야 한다. 그래도 그것 자체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 정치 참여가 배우라는 직업에 치명타를 안겼나?
▲ 그렇다. 알고 시작한 것이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타격이 훨씬 더 컸다.
$pos="C";$title="문성근, 새 영화서 연쇄 살인범 캐릭터 맡아";$txt="영화 '실종'";$size="550,364,0";$no="2009021208191710416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 영화 '세상 밖으로' '초록물고기' 그리고 이번 '실종'까지 자신의 이미지를 배반하는 역할에 애착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 내겐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이미지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걸 흔들고 싶었다. 탈피하고픈 생각이 분명 있었다. 지나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한때 광고모델로서 가치 유지를 위해 이미지 관리를 했던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배우는 다양한 인물을 표현하며 관객들과 같이 느끼는 것이 존재 이유라 생각했던 게 더 컸다. 제안이 들어오면 거부하지 않고 했을 뿐이다.
-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했던 것, 정치를 했던 것을 후회한 적은 있나?
▲ 그 질문에 대한 대답보다는 소회를 말하고 싶다. 먼저 '그것이 알고싶다'는 나중에 (정)진영이가 자문을 구할 때 "네 경력에 도움이 될 거다"라고 말해줄 정도로 내게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다. 정치 참여는 시민으로서 자원봉사를 한 것이어서 지금도 뿌듯하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 난 단지 직업이 배우인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원봉사로 참여했을 뿐이다. 직업을 정치가나 행정가로 바꾸고 싶은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없다. 정부나 정치인으로부터 전혀 혜택을 받지 않겠다고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렇게 5년이 지났고 난 약속을 지켰다. 배우가 훨씬 행복한데 직업을 왜 바꾸겠나. 분명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배우들의 정치 참여를 자연스럽게 보는 날이 올 것이다.
- 정치 참여를 안 하고 '그것이 알고싶다'를 계속했다면 CF 수입도 꽤 많지 않았을까.
▲ 그렇겠지. 2002년 그만둘 때도 사실은 방송을 더 하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광주 경선에서 이겼을 때 너무 좋아서 연단에 올라가 함께 만세를 불렀던 적이 있는데 그게 보도가 되자 방송국에서 정치를 할 것인지 방송을 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정치를 안 하고 방송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경선 끝나고 노사모 축하잔치에 갔던 게 다시 화근이 됐다. 난 일부러 멀리 떨어져 서 있었는데 그쪽에서 보고 나를 불러 올려 인사말을 요청한 것이다. 그게 보도가 됐으니 난 약속을 어긴 셈이 됐고 결국 방송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 배우로서 자신과 맞지 않는 옷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
▲ '경마장 가는 길'이나 '그들도 우리처럼' 같은 작품은 하나하나가 힘들었다. 더 힘들었던 건 '101번째 프로포즈'였다.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픈 욕심이 있는데 체질적으로 안 맞는 건 하지 말아야 한다. 그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사실 그때 주위에선 말렸는데 한번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실패한 것이다.
- 반대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은 어떤 것인가.
▲ '그것이 알고싶다'가 잘 맞는 것 같고 '경마장 가는 길' 같은 작품도 연기가 간단치는 않지만 잘 접근이 된다. '수'와 '실종'을 거치면서 느낀 건 악역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 요즘 어떤 것이 삶의 낙인가
▲ 러시아에 가면 40년간 16세 캐릭터를 연기해온 예순 살 배우의 연극이 관광코스라고 하더라. 요즘 연극 '칠수와 만수' 재공연을 생각하고 있다. 극중 나이가 26세인데 오리지널 멤버인 나와 강신일이 다시 함께 무대에 서는 거다. 강신일에겐 2년에 한 번씩 한 달간 10번만 하자고 했다. 그럼 우리가 80세가 다 될 것이다. 무대에서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 강신일의 건강이 회복되면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 하면서 재미있게 산다. 좋은 책도 읽고, 등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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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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