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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만원에 놓쳐버린 내 집 마련의 꿈”

[황준호기자의 '좌충우돌' 실전 경매⑥] 경매 입찰하기 2-2

“사건번호 2008타경 19738에 응찰하신 분은 나와주세요.”

지난 4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경매를 진행하던 집행관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스피커가 오래된 탓이다. 하지만 강렬하게 들렸다. 경매에 응찰했기 때문이다.

경매입찰은 입찰표 작성 및 제출. 낙찰자 발표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경매 진행은 각 법정마다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각 계별 사건번호 순으로 진행하는 형식이 될수도 있고 경매법정내 질서를 위해 응찰자가 많은 사건부터 진행해 떨어진 사람들을 빨리 내보내는 순서로 진행할 수도 있다.

4일 찾은 중앙지법은 계별로 응찰자가 있는 물건부터 불러준 후 사건번호 순서로 경매를 진행했다. 기자의 순서가 되려면 한 1시간은 더 기다려야할 것 같았다.

“좀 기다리셔야겠습니다. 어떤 물건에 사람이 많이 모일지 찍어 볼까요?”

장근석 지지옥션 매니저가 찍은 물건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파티오하우스(다세대) 222.1㎡였다. 감정가 10억5000만원, 세 번 유찰돼 5억3760만원에 최저가가 설정돼 있었다. 잠시후 이 물건에 대한 경매가 시작되자 40여명의 인원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오신 김정식씨 6억2000만원, 경기도 과천에서 오신 성지민씨 6억2341만원..”

이 물건에 응찰한 사람은 총 48명으로 집행관은 상위 3명의 입찰가만 불러줬다. 마지막으로 부른 사람의 응찰가가 나오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사람이 지른 낙찰가는 7억6121만원. 다른 응찰자보다 약 1억원이 높은 응찰가였다.

“실수요자일 겁니다. 시세를 고려해도 감정가 10억짜리니까 7억원 쯤에 잡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있겠죠.”

장 매니저는 이같이 해석했다. 이후 응찰자만 30여명에 육박하는 물건이 대거 쏟아졌다. 이들 물건의 특징은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 물건이거나 강남 등지에 위치해 시장성이 높은 물건이었다.

“사건번호 2008타경 20592에 응찰한 분은 나와주세요.”

드디어 차례가 왔다. 한 걸음씩 집행관을 향해 나가는 동안 그간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났다. 총 17명의 응찰자가 모였다. 땀을 흘리고 서 있는 20대 대학생부터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까지 17명의 응찰자들은 집행관의 눈과 입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집행관은 상위 3명만 공개한다고 밝혔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오신 노진미(가명)씨 1억9900만원..”

하나는 제쳤다. 100만원만 더 썼으면 낙찰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두 손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경기도 안양에서 오신 황준호씨 2억원..”

아직 한 명이 더 남았다.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인사드리고 독립만 하면 된다. 집들이 하는 날 술 한 잔 거하게 올리리라.

“경기도 분당에서 오신 이민호씨 2억730만원. 사건번호 2008타경 20592는 경기도 분당에서 오신 이민호씨가 2억730만원에 응찰해 낙찰받았습니다.”

맥이 풀렸다. 730만원 차이였다. 터덜터덜 걸어, 집행관 옆에서 입찰 보증금을 받았다. 이씨는 당당하게 ‘낙찰 확인서’를 받으러 갔다.

법정을 빠져나오자 잘못 울린 팡파레처럼 따스한 햇살이 쏟아졌다. 비참함이 더해졌다. 실패하다니 억울하기도 하고 원통하기도 했다. 누군가 내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더니 잠시 자릴 비운 사이에 다 먹어버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처음치고는 만족스런 결과였다. 실행하지 않았다면 이런 비참함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사건번호를 잘못적거나 취하된 물건에 응찰해 집행관에게 면박을 당하진 않았다. 또 좋은 물건은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그리고 실패는 실행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실전 경매를 마치고 황준호 기자-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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