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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피, 죽거나 혹은 살거나…

4월1일 위피 탑재 의무화 해제...이통사들은 논 위피폰 출시 계획 없어

오는 4월1일부터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 장벽이 사라지지만 국내 이동 통신사들은 당분간 '논(Non) 위피폰'을 출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위피 탑재 의무화를 폐지해 국내 이통시장의 폐쇄성을 해소하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3사는 4월 이후에도 위피가 탑재된 휴대폰 단말기만을 주로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올해 50~55종의 휴대폰 단말기를 선보일 예정이지만 논 위피폰은 출시 계획조차 아직 수립하지 않은 상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무선 인터넷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이 위피 기반이어서 당장은 논 위피폰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내 40여 종의 단말기를 선보일 KTF측도 "위피 탑재 의무화 정책이 사라지는 4월 이후라도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LG텔레콤도 올해 선보일 25여종의 단말기 대부분이 위피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표준규격인 위피(WIPI)는 국내 무선 인터넷 산업의 진흥을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됐으나 그동안 외산폰의 국내진입을 가로막는 등 국내 이통 시장의 폐쇄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지난 해 12월10일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개정안을 의결, 오는 4월1일부터는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휴대폰 단말기도 국내에서 유통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업계는 상반기 중 '논 위피폰' 출시는 사실상 물 건너갔으며, 하반기에도 가능성이 대단히 낮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는 위피 기반의 무선 인터넷 환경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통사들이 '논 위피폰' 출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SK텔레콤와 KTF, LG텔레콤은 각각 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 등 자체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각각의 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논 위피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며 "향후 2~3년 간은 국내에서 논 위피폰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피 논쟁에 불을 지폈던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사실상 좌절된 가운데, 향후 출시되는 외산폰도 대부분 위피를 탑재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출시되는 해외 단말기는 고사양의 스마트폰이 대부분으로, 위피를 탑재해야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며 "해외업체들도 이같은 현지화 전략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위피를 탑재해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지난 해 위피 탑재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면서 "범용 모바일 OS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 통신시장의 흐름에 대응하고 국내 이용자들의 단말기 선택권 확보도 촉진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위피폰을 고집하면서 정부의 호언장담은 무색해지고 말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그동안 위피가 구축해놓은 지배력이 단시간에 무너지기는 어렵다"면서 "위피 탑재 의무화 폐지 효과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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