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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미니스커트 경제학

시계아이콘01분 31초 소요

1967년 가수 윤복희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비행기 트랩에서 내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대한민국 국민들은 ‘문화적 충격’에 빠졌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미니스커트 열풍이 불자 보수적인 어르신들은 ‘말세의 징조’라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이후 미니스커트는 풍기문란 단속이 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패션 트렌드가 됐습니다.



영국 디자이너 메리 콴트에 의해 1964년 탄생한 미니스커트는 현대 패션디자인의 혁명이다. 사실 그는 1950년대부터 짧은 드레스를 선보였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단지 어린이 옷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불황에 미니스커트가 화제입니다. 불황과 S라인 바람 등이 맞물리면서 더 짧아진 미니스커트가 대거 출시되고 있습니다. 유통업체들이 미니스커트 길이를 연도별로 분석한 결과 2007년까지 30㎝ 길이가 인기였으나 지난해에는 28~29㎝로 짧아졌고 올봄에는 26~27㎝ 길이 제품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5월 이후에는 한뼘 길이인 20~23㎝의 초미니스커트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럼 불황엔 정말 치마 길이가 짧아지는 것일까요. 역사적인 연구는 정반대입니다. 1920년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폴 니스트롬 교수가 쓴 《패션 경제학》이란 책을 보면 불황엔 오히려 치마길이가 길어진다고 적혀있습니다. 이 책은 치마 길이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다뤘는데 미국 여성의 치마 길이는 한창 호황이던 1920년대 무릎까지 올라갔다가 대공황이 발생한 후 다시 바닥을 쓸다시피 하는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마브리도 경기가 호황이면 치마길이가 짧아진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는 71년 뉴욕의 경제상황과 치마길이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면서 “경기호황이 곧 미니스커트의 인기”라며 치마길이가 짧아지면 주가가 오른다는 ‘치마길이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실제 경기가 호황이던 60년대에는 짧은 치마가 유행이었고 오일 쇼크 등으로 불황이었던 70년대에는 긴 치마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치마길이와 관련 심리적인 해석도 있습니다. 불황에는 남성들 여성들에게 눈길을 줄 말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관심을 끌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반면 호황에는 마음이 여유로운 남성들이 여성들을 자주 쫓아다니기 때문에 눈길을 피하기 위해 긴치마를 입는다는 주장입니다.



이처럼 경기와 치마길이의 상관관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경제학자는 경제학자대로, 패션전문가는 패션전문가대로, 심리학자는 심리학자대로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2차 대전 당시 영국에서는 옷감 절약을 위해 치마를 짧게 입으라는 법령을 제정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첨단 마케팅이 판치는 21세기에 경기와 치마길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게 의미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이 어떤 때 입니까. 없는 수요도 억지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시대가 아닙니까.



지금 불고 있는 미니스커트 열풍도 마케팅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불황에 디자이너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필사적이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품의 경우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립스틱과 미니스커트라고 합니다. 이를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고 하는데 싼 비용을 치르고도 눈에 잘 띠게 해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올 봄엔 ‘미니스커트 여인’을 자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짧은 치마를 바라보며 ‘눈요기’만 하는 게 아니라 미니스커트 마케팅처럼 불황에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비법을 고민해봅시다.





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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