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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노인들은 가라

시계아이콘01분 59초 소요

길거리 약장사의 모습을 기억하십니까? 1960~1970년대의 일로 기억됩니다. 길거리나 동네 한 가운데 마당을 지나다보면 어김없이 약장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은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해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거나 등에 진 북을 치고 다녔습니다. 약장사가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약을 팔기 전에 차력시범을 보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 모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어린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약을 살만한 능력이 없는 구경꾼에 불과했습니다. 약장사들이 보기엔 불청객일 수밖에 없지요.
그때 달변가인 약장사가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야-야- 애들은 가라”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경제도 발전했습니다. 이젠 길거리에 약장사가 있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니 “애들은 가라”는 소리도 역사 속에 묻혀버린 셈입니다. 그리고 나온 말이 “노인(시니어세대)들은 가라”입니다.
최근 한 신문에 실린 기사내용을 보며 약장사의 옛날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기업에서 운영하던 스포츠센터가 경영난을 이유로 스포츠센터 폐쇄를 통보했다고 합니다. 1989년 개장된 스포츠센터의 회원권 가격은 당시 주변 작은 아파트를 하나 살 정도의 금액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는 20년 전 회원권 가격만을 되돌려준다고 통보한 모양입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60세가 넘어가면 받아주는 스포츠센터도 없다면서 자신들을 내쫓는 사업주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들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젊은 사람들에게 고가의 회원권을 팔기 위해 회원 나이를 구조조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뒤로 물러나 앉는 연령이라고 생각하는 60대 노인들이 자신의 권리 찾기를 위해 길 위에 피켓을 들고 나섰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대외적인 명분을 위해 모인 노인들의 시위광경은 익숙하지만,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인들의 시위는 우리에게 아직 낯선 광경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서 출발하여 바라보니, 그동안의 그 기업에 대한 자신들의 불만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옵니다.
“노인복지정책을 강화했던 노무현정부 때는 믿보일까봐 꼼짝 못하다가 MB정부 들어서니 활개를 친다”는 등 그들의 구호를 들여다보면 나이 들면 ‘보수파’라는 상식(?)마저 흔들리게 합니다.


얼마 전 한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자신이 한 호텔 스포츠센터 멤버십을 샀으니 함께 운동 다니자는 얘기였습니다. 멈칫거리는 저의 모습을 간파한 그의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60세가 넘으면 돈이 있어도 회원으로 가입시키지 않는다는데...”. 알고보니 나이 60세가 넘으면 적지않은 스포츠센터들이 회원가입 자격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인들은 가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습니까?
이 현상을 지켜보면서 고령사회의 수적인 우위와 높은 정치성향으로 정치적 파워집단이 된 선진국 노인들의 모습을 떠 올렸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전혀 딴판입니다. 고령화현상이 진전되면서 스포츠센터들이 앞다투어 노인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서비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출산으로 인해 젊은이는 줄고 있고, 나이 들게 된 소비자는 젊은 시절의 습관을 유지하면서 나이든 후에 발생하는 또 다른 니즈에 따라 다른 서비스를 원하게 됩니다.
미국의 은퇴자협회인 AARP는 은퇴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기관으로 50세 생일을 맞으면 회원 가입 자격을 준다고 합니다. 1년에 10달러 정도의 회비를 내면 은퇴자협회 회원으로서 다양한 혜택을 얻게 됩니다.
이 협회의 최대 관심사는 여행, 건강, 노인정책입니다. 선거에 대한 발언권이 세고, 투표참여율이 높아 미국의 수많은 이익단체와 압력단체 중 최고의 파워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항노화 관련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AARP의 지원금 때문이라고 합니다. 젊게 나이들고자 하는 회원들의 욕구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10.3%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2010년이면 50세 이상이 인구의 30%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시니어세대, 노인세대에 접어들면 우리는 푸대접을 받아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뿔난 노인들의 소리내기!
이건 단지 시작이 아닐지요.


노인, 분명 다른 노인이 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한발 한발 고령사회의 예행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하고 별난 노인들의 일시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더 많이, 더 자주 별난 노인들을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난 과연 어떤 별난 노인이 될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주말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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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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