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본이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획재정부 주도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도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료비 상승을 우려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김강립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13일 열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개토론회-의료분야'에 참가해 "영리법인 도입에 대한 우려가 과장돼 있다고 본다"며 투자개방형 의료기관의 도입을 찬성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현 건강보험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어떤 의료기관이든 국가 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진료하도록 하는 '당연지정제'는 고수하겠다는 의미다.
또 이미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된 의료기관들이 차후에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민간에 맡겨선 안되는 응급, 혈액, 어린이 관련 의료는 국가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 보장성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영리법인 도입을 기정사실화 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필수의료를 자본에 넘겨주고 정부는 뒤로 빠지려는 의도"라며 "이를 밀어부칠 경우 다시한번 촛불시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 외에도 반대 쪽 전문가들은 '의료비 상승', '접근성 약화' 등을 우려하며 강력 반발했다. 또 우려의 핵심내용인 '당연지정제 훼손' 역시 "당장은 제도적으로 유지한다 해도 언젠가는 위헌소송 등에 의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복지부는 영리법인 허용을 포함해 의료분야 선진화에 관한 의견을 정리해 3월 안으로 기획재정부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의료 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논의중인 의견을 취합해 3월 말 큰 그림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김강립 국장은 말했다.
다만 복지부는 3월 말까지 공개토론회 등을 추가로 열 계획이 없기 때문에, 영리법인 도입을 허용하겠다는 복지부 의견은 앞으로 큰 틀에서 수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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