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특허 역풍 가능성, 서울반도체 藥 or 毒?
아시아경제가 '종목 블랙박스'를 신설했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증권부 기자가 매일 이슈가 될 만한 종목이나 종목군을 한발 앞서 분석, 개장전 소개합니다.
최근 증시의 최고 테마는 뭐니뭐니 해도 발광다이오드(LED) 관련주입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열풍과 함께 조명을 받기 시작한 LED 관련주들은 올해 우리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의 최대 수혜로 꼽히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받고 있습니다.
대장주인 서울반도체는 9월초 6600원에 머물던 주가가 최근 3만원선을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습니다. 3000억원대에 머물던 시가총액은 어느새 1조3000억원으로 6개월만에 1조원이 늘어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대장주가 잘 나가면서 다른 종목들도 동반 상승하는 순환매 양상을 보였습니다.
LED 테마가 잘나가다보니 LED 산업에 진출한다는 기업들도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LED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손을 잡으며 테마에 합류하는 현상은 마치 2년전 해외자원개발 테마 열풍을 보는 듯 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해외자원개발이 개미들의 잔치였다면 LED 테마에는 제도권 증권사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증권사들의 LED 관련주 발굴은 가뜩이나 불붙은 LED 테마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탐방보고서 끝줄에 LED 얘기만 나와도 해당종목이 급등하는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그야말로 LED 천하입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요. 호재만 이어지는 듯 보이던 LED 테마에도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대장주 서울반도체를 괴롭혔던 특허문제가 국내 LED 테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참고로 서울반도체의 상승도 일본 니치아와 특허분쟁이 종료된 이후 탄력을 받았습니다.
16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미국 콜롬비아대학 재료공학 교수인 로스차일드(Gertrude Neumark Rothchild)가 대만과 중국의 여러 LED업체들을 특허침해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만과 중국의 주요업체들은 대부분 이 소송에 포함됐다고 하는군요.
문제는 로스차일드 교수의 이력입니다. 그는 필립스의 지원을 받으면서 연구 개발을 진행해 필립스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로 LED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입니다. 지난해 3월에도 소니, 산요 등 굴지의 회사들이 포함된 세계 31개 대형 IT업체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 승소한 바 있습니다.
로스차일드 교수의 소송에서 우리나라 업체들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가 한국업체들만 소송에서 제외해 줄 이유는 없을테니까요. 일단 상당수의 LED업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LED 테마도 영향을 받게 되겠지요.
여기서 헛갈리는 종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장주 서울반도체입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초 로스차일드 교수와 특허문제에 대해 합의를 한 거의 유일한 업체입니다. 다른 업체들이 특허문제로 발목 잡힐때 홀로 자유롭다는 점은 분명 장점입니다. 하지만 LED 테마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대장주로서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분위기상 서울반도체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추정입니다. 하지만 시장관계자들은 호재라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LED는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특허가 문제"라며 "서울반도체만 하더라도 그동안 특허관련 소송으로 연간 200억원 가량의 돈을 쓰는 바람에 실적이 안좋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소송에 다른 기업들이 연루되는데 홀로 자유롭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라는 설명입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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