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구성원간 의사소통 폐쇄성, 일부 임원의 자질 문제로 갈등 심화
IPTV(인터넷TV)에 맞서 갈길 바쁜 케이블TV 업계가 회원사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협회 구성원간 의사소통의 폐쇄성과 일부 임원의 자질 문제가 갈등을 촉발시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가 최근 언론인 출신의 길종섭(62)씨를 제7대 회장으로 선임한데 이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협의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협의회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는 등 진용을 새롭게 갖췄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PP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덕적으로 부적격자가 PP 협의회 이사진에 합류하는 등 이번 인선은 최악"이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이번에 새로 구성된 PP 협의회 이사진에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해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종교방송의 감모 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PP 관계자도 "케이블TV협회가 방송광고의 자율심의와 자체 윤리 규정을 강화하는 등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문제가 있는 인물을 이사회에 앉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이사회에 추대된 것으로, 개인의 도덕성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협회의 중요한 사안이 영향력있는 회원사 몇 곳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폐쇄적인 운영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예컨대, 신임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길종섭 신임 회장의 경우도 이사회의 추대를 거쳐 총회에서 추인하는 절차를 밟아 외견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MSO 몇 곳이 미리 정해놓은 결정을 따르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회원사 관계자는 "새로운 회장의 능력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회원사들이 주류와 비주류로 나눠 주류가 이끌면 비주류는 따르는 관행은 서둘러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CTA 관계자는 이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는 IPTV나 지상파에 비해 힘이 약한 마이너 매체여서 좋은 분을 모셔오기 위해 평소 활동이 많은 MSO들이 나섰던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KCTA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SO나 PP가 KCTA 회원사가 되려면 가입비로 7000여만원을, 연회비로 1000여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PP업체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회원사의 가입 문턱을 지금보다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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