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조선 민용 항공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은 군사적 긴장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고, 남북관계 악화가 남한 경제에 불리하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내용면에서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이라는 형식면에서 대남 압박용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북한의 엄포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우리 국적 항공사들은 긴급히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노선의 항로를 변경키로 결정했다.
◆北 "동해 영공 南민항기 안전 담보 못해" = 5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미 '키 리졸브' 합동군사연습기간 우리 측 영공과 그 주변, 특히 우리의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조선 민용 항공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선포했다.
조평통은 또 "미국과 괴뢰도당의 무분별한 북침전쟁연습 책동으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그 어떤 군사적 충돌사태가 터질지 알 수 없게 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조평통은 이번 '키 리졸브'에 대해 "이번처럼 도발적이고 위험한 성격의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기는 처음"이라면서 "키 리졸브, 독수리 등 합동군사연습은 우리 공화국(북한)의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조평통은 또 "북한이 하늘과 땅, 바다에서 어떤 사소한 도발이나 도발적 징후에 대해서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고 무서운 불벼락을 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남압박용.. 군사적 긴장상황 고조 '부각'= 북한의 이 같은 엄포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황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남한 국적 항공사들의 우회 비행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과 안전상의 치명적 결함을 지게 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악화가 남한 경제에 불리하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번 조치는 이 같은 대남 압박과 함께 미국을 겨냥해서도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를 가능한 조기에 북미 양자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명은 이번 군사연습에 대해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으로 벌리는 대규모 전쟁 불장난"이라고 말해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 북한 영공 통과 노선 항로 변경=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북한 영공을 통과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들의 항로를 변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북한의 위협 이후 처음으로 북한 영공을 통과해 6일 오전 6시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뉴욕발 항공기부터 항로를 변경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시카고에서 출발해 6일 오전 6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인 여객기에 대해 일단 북한 영공을 통과토록 했지만 정부의 지시 여부에 따라 항로를 변경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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