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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극복 의기투합.. 패밀리가 떴다

[경제관료 전성시대] <2> 금융계도 전방위 포진
'관치달인' 진동수 금융위원장 소집에 은행들 '백기투항'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컴백.. 재무부 출신 줄줄이 '부상'


#2월 15일 늦은 9시. 삼청동 국민은행연수원에서는 진동수 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을 비롯 은행연합회장 및 은행장들이 모여 '소맥' 폭탄주가 돌아갔다.

김종창 원장이 "화합의 위하여"를 외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이날의 모임은 10시가 넘어 끝이 났다. 진 위원장이 은행장들을 불러들인 군기잡기로 그동안 표류했던 중요 사항들을 이끌어낸 뒷풀이 자리였다.
 
◆"官은 治하기 위해 존재한다"
힘의 균형은 이미 무너졌다. 그동안 완강히 버티던 은행들도 '관치의 달인'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소집령 한방에 무릎을 꿇었다.

외화차입시 정부의 지급보증을 요청했다 정부가 보증댓가로 MOU 체결을 요구하자 서명만 남긴채 휴지조각 취급하던 강단은 '끝장을 보자'며 불러들인 마라톤 회의에서'백기투항'으로 마무리됐다.

160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대출 전액 만기연장은 물론 그동안 피해오던 자본확충펀드 참여까지 일사불란하게 통과됐다. 은행의 굴욕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정부는 부실이 발생하지 않은 은행에까지 공적자금을 강제수혈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에 나서기로 했고 올해 하반기쯤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호주머니에 정부돈을 받아 넣어야할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는 멍에 때문에 치뤄야 했던 값비싼 수업료가 트라우마(trauma)로 남아있는 은행들로서는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요구대로 자본확충펀드 신청을 결정했지만, 어떤 형태로든 경영간섭을 받는다는 우려가 있는게 사실이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활용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불만의 목소리는 '-2% 성장전망'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오른팔인 진동수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윤 장관의 '사즉생(死卽生)'의 각오앞에서는 '소리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18일 위기관리 대책회의서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보증 확대 및 만기연장 지원이 시장원리를 저해한다는 우려가 있으나 자금공급의 원활화가 오히려 구조조정 수요를 줄인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못을 박았다.

◆"패밀리가 떴다"
참여정부 유일의 친시장주의자로 불리던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위기극복을 위해서라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테크노그라트 윤증현 재정부 장관에 가려 사라진지 오래다.

경제관료들에게 시장은 정상가동할 때만 존재가치가 있는 곳이다. "훌륭한 심판은 휫슬을 자주 불지 않는다"던 윤장관이 두팔을 걷어 붙이고 선수로 등장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보이지 않게 곳곳에 포진해 있던 재무부 출신의 금융계 인사들도 때를 만났다. 사석에서는 직함이 아닌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이들은 어디서 일하든 '한식구'이라는 공동체의식이 강한다.

법무법인 율촌의 상임고문에서 은행연합회장으로 복귀한 신동규 전 수출입은행장이 대표적이다.

신 회장은 15일 회합 당시 "정부 당국이나 국회, 국민의 눈에는 여전히 은행의 위기 극복 노력이 미흡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말로 정부의 대은행 창구 역할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신 회장은 윤장관이 재무부 세제실 심의관과 증권국장을 지낼때 실무 과장으로 손발을 맞춘 직속 후배다. 환란 당시에는 금융정책실장과 주미대사관 재경참사관으로 위기극복의 현장에서 함께 뛰었던 인연이 있다.

10년만에 다시 조성되는 구조조정 기금 운용의 책임을 맡은 이철휘 자산관리공사(KAMCO) 사장도 재무부 이재국 출신의 전통 재무관료다. 행시 17회 동기생인 진동수 금융위원장과는 번갈아 국제금융기구들을 드나들며 옛 재정경제부내 국제금융통으로 함께 명성을 쌓았다.

시중은행들이 떠난 중기대출시장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윤용로 행장 또한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패밀리'다.

2000년 은행제도과장을 끝으로 일찌감치 과천관가를 떠나 여의도 금감위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윤장관이 금감위원장을 지낼 당시 부위원장을 맡아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등 중임을 무리없이 소화해내 각별한 신임을 얻은 바 있다.

이밖에 윤증현 금감위원장 시절 금감위 상임위원을 지낸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이나 외자유치의 선봉대 역할을 맡은 한국투자공사(KIC)의 진영욱 사장 역시 재무부시절부터 쌓아온 오랜 인연을 기반으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드림팀'의 조연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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