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신음하는 낙동강 “4대강 사업만이 살 길”

[江기획] 낙동강 르포

"낙동강은 한강과 질적으로 다르다. 오염이 심해 접근조차 힘들다. 20여년을 부산에서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찾은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집 수도꼭지를 열면 그 강물에서 나온 물이 쏟아져 내린다."

지난 11일 낙동강 하류인 부산시 서면을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송민욱(29)씨는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을 받아 마시는 서울시 오세훈 시장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낙동강 물이 상수원으로 쓰이지만 오염이 심해 생수로 마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돗물과 식수는 엄연히 다르다는 게 그가 말하는 부산 정서다.

하지만 낙동강은 엄연한 영남의 젖줄이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에서부터 부산광역시 사하구까지 510.36km에 달하는 긴 강이다. 본류에서 빠지는 지천만 785개이며 유역면적은 2만3284km다. 여기에 낙동강은 부산, 대구, 등 광역시를 끼고 돌며 경북과 경남을 가로지른다.

낙동강 유역에는 전국 26.4%에 달하는 총 83만8055개의 기업체가 자리잡고 있다. 또 30여 개소에 달하는 산업단지도 위치해 있다. 주업종은 섬유, 기계, 염색 등으로 70~80년대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산업화의 역군들이다.

이날 찾은 경북 안동시 성곡동내 위치한 낙동강 상류는 나라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듯 축 쳐져 있었다. 혓바닥을 내놓은 듯 벌겋게 드러난 강바닥이 군데군데 펼쳐졌다. 또 강바닥 안에는 검은색 물웅덩이가 자리잡고 있었다. 강바닥 사이로 얇게 흐르는 시냇물만이 이곳이 낙동강임을 암시했다.

이상복 한국수자원공사 유역관리팀 차장은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운을 뗀 뒤 “안동댐에선 내보낼 물이 없어 방류량을 점점 줄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안동댐은 낙동강 본류를 막아 만든 댐이다. 이 댐에서 흘러내린 물은 영천, 구미, 대구, 부산 순으로 흘러 동해까지 흘러내린다.

현재 안동댐의 수위는 137m(3730t)로 지난해 대비 65%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7월 우기가 찾아올때까지 저수위인 130m를 유지하는게 목표다. 그 이하로 떨어지면 댐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이 차장은 “현재 안동댐, 인하댐 두 댐의 용량과 각종 지천들의 합으로 낙동강 중류가 구성된다”며 “댐을 더 건설한다면 모를까 현재는 비가 오기만 바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안동댐에서 내려와 대구 쪽으로 향하자 낙동강은 두 세 개의 강으로 분리됐다고 할 만큼 바닥을 드러내는 현상이 심해졌다. 또 대구 산업단지를 끼고 흐르는 금호강과 합류하자 강물은 점차적으로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 지역 낙동강은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1991년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친 페놀원액 누출사건은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이후 계속적인 수질 개선작업이 이뤄졌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또 지난달 12일에는 경북 왜관철교지점에서 ‘1,4-다이옥산’ 농도가 가이드라인(50㎍/L)을 계속 초과함에 따라 대구시에서는 단수에 들어가는 등 일촉즉발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낙동강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BOD농도가 3.8ppm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BOD농도가 3.8ppm 정도면 하천수 수질등급 3등급에 해당한다. 3등급은 고도정수 처리 후에도 공업용수나 사용 가능한 수준이다. 그나마 이것도 평균적인 수치로 대구 공단을 지나는 금호강은 낙동강 내에서도 수질이 안좋기로 악명이 높다.

이뿐 아니라 잇따른 홍수 피해도 낙동강 유역 정비 사업이 절실한 이유다. 지난 97년부터 2006년까지 최근 10년간 낙동강 유역 홍수 피해는 사망 212명, 이재민 5만3895명이며 재산피해 6조7879억원, 복구비 10조9317억원으로 집계됐다. 하구둑에 가까워질수록 완만한 경사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시 각종 산에서 내려온 지천의 물은 낙동강 본류와 만나 역류해 주변 농가를 덮치게 된다. 홍수 피해 뿐 아니라 강변 축산농가에서 흘러내린 가축 오물, 농약 등 비점오염물질 유출로 인한 2차 오염까지 발생하게 된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강의 역류를 막기 위해 강바닥을 파야하는 이유가 이와 같다"며 "낙동강 살리기에서 이같은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동강을 따라 김해 쪽으로 내려가자 매리취수장이 나왔다. 이 취수장에서 퍼올린 물은 고도화 정비시설에서 정화돼 부산시민들의 식수로 제공된다.

일단 취수장 부근에는 비닐하우스 농가들이 즐비했다. 또 농가에서 쓰기 위해 만든 듯 검게 변한 물웅덩이도 보였다. 또 각종 음식점들이 취수시설 위로 들어서 있었다. 여기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각종 녹조, 갈조 등이 물을 뒤덮어 강주변 돌마저 녹색으로 변해 '이곳이 과연 상수원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에선 낙동강물관리종합대책으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약 5조9000억원을 들여 수질개선작업을 벌였지만 환경단체의 반대로 수량 확보가 안돼 가시적인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